이동규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왼쪽)이 지난 10일 기상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이동규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왼쪽)이 지난 10일 기상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완료 단계에 들어선 한국형수치예보모델(한수예)은 독자성이 아니라 실제 예보 생산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됐느냐가 중요합니다. 한수예는 현업모델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다음달 1일로 4년 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노학자로 돌아가는 이동규(74)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은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수예 등 중요한 사업을 대부분 마무리할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28년 동안 서울대 교수를 지내고 정년 퇴임했던 이 센터장은 2015년 11월 당시 인사혁신처의 ‘스카우트 제1호 공무원’으로 기상청에 들어왔다. ‘청장을 해도 모자라는 거두’임에도 고위공무원단 나급(2급 상당) 직책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인사혁신처가 후배들 앞길 막는 것 아니냐는 내 우려를 씻어주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데 봉사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 센터장에게 부여된 임무는 ‘한국형 기상예측모델 구축 총괄’이었다. 당시는 이미 2011년부터 9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0년 완료를 목표로 독자적인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이 개발되고 있었다. 수치예보모델이란 온도·습도·강수량 등 기상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미래의 대기 움직임과 날씨를 예측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말한다.

-4년 동안 수치모델링센터장을 맡고 퇴직하는 데 대한 감회는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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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기상과학원 연구부장이었습니다. 과학원이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본청에 머물게 됐는데 행정안전부에서 과학원 부서 일부를 서울에 남기는 것에 반대해 기상청 산하에 수치모델링센터를 두게 됐습니다. 본청 부서장이어서 책임이 많아졌지요.

2010년 8월에 서울대에서 교수직을 정년하고 정리하고 쉬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려 생각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제안을 받았습니다. (교수라는) 업무의 연장이 아닌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업무라 망설였어요.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후배들 많은데 길 막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지요. 인사혁신처에서 ‘그런 것 아니니 걱정 마시라’ 해서 맡았습니다. 국가의 사업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 함께 한다는 생각에서 왔습니다. 3년을 하는 걸로 왔는데, 한수예 종료되고 후속사업(기상재해 사전대비 중심의 시공간 통합형수치예보기술개발 사업)도 해야 하니 1년 더 하라 해서 지금까지 왔어요. 지난해에 후속사업 기술평가에서 2번 낙방하다 결국 통과돼 소기의 목적을 다했다 생각합니다. 한수예 사업도 마무리했고 결과도 현업모델로서 그 정도면 손색없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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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마친 감회는 우선 기쁩니다. 잘했든지 못했든지 4년 동안 수행한 중요한 사업 대부분이 마무리 돼 보람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 분이, 젊은 사람이 왔으면 더 잘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누구보다 축복을 받았다 생각하고 고맙다 생각합니다.

-당시 인사혁신처가 헤드헌팅을 통해 스카우트한 1호 공무원이라고 발표하면서 “한국형 기상예측모델 구축 총괄”이라는 임무를 부여했던 것으로 보도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그동안 기상청에서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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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가 크게 3가지였어요. 첫번째가 한수예 총괄이고 두번째가 현업 수치모델를 향상(업그레이드)시켜 정확도를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팝’이라는 국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었지요. 아이스-팝은 세계기상기구(WMO) 사업으로 12개국 21개 개관이 참여해 첨단 기상장비를 동원해 겨울 기상을 공동 관측하고 연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울대에서 28년간 교수를 지내면서 수치모델 연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상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 특히 수치모델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요?

=미국에서 수치모델 전공했습니다. 지도교수도 수치모델 전공이었고요. 한국에 돌아오려니까 지도교수가 ‘가봐야 시설도 없다는데 왜 가려 하느냐’고 물었지요. 미국 안 재해기상 연구로 유명한 오클라호마대학이나 보스턴 미공군중규모연구소에 가면 소개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그때 서울대에서 교수로 있는 선배들이 한국에 돌아와 후배 양성을 하라며 미국에 와서 직접 설득하기도 하고 장문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한국도 모친이 아플 때 한 번만 다녀가 귀국 전에 재즈고장인 루이지애나 여행을 하려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빨리 오라 하고, 당시 교육부 지원 과학자여서 대한항공 항공권을 보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서울대에서 우선 다른 항공편으로 들어오면 처리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여행도 포기하고 시카고공항을 통해 부랴부랴 귀국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뉴욕발 대한항공 항공권을 받았다면 소련 영공에서 격추된 항공기를 탈 번했더라고요. 한 친구는 “너는 부활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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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자연과학을 하고 싶었고 대학에서는 천문기상학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은 고래로 귀족학문이에요. 집안도 넉넉지 않고 천문학은 좀 어려워 기상학을 하기로 했어요. 수치모델은 미국 가기 전에 이 분야가 앞으로 예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선택했습니다.

일본은 수치모델이 일찍이 발달했어요. 제1회 국제 수치예보모델 컨퍼런스도 도쿄에서 열렸지요. 뒷날 수치모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서양 학자들도 당시 학생으로 사진 맨 뒷줄에서 찍을 정도였습니다. 모친이 편찮았을 때 1979~1980년 열흘 정도 귀국한 길에 기상청을 방문했더니 ‘수치예보는 계산기 가지고 장난하는 거지 우리가 굳이 해야 하느냐’ 하는 인식이 있더군요. 엄청난 인력과 예산 들어가야 하는데 엄두를 못낸 것이지요. 당시 ‘이게 아닌데’ 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위논문은 지역모델로 했어요. 당시 미국에서도 국제대기과학연구소(엔카·NCAR)에 슈퍼컴(크레이1)이 처음 들어왔습니다. 슈퍼컴으로 학위논문 쓰기 위해 지도교수가 돈을 대줘 7~8번 다녀왔어요. 당시는 네트워크도 좋지 않았습니다. 논문을 엔카에서 거의 마무리했지요.

-수치모델은 언제 등장했고, 기상학에서 왜 중요한지요?

=1900년대 초에 스웨덴 기상학자가 대기를 지배하는 방정식 곧 운동량 보존방정식, 에너지보존방정식 등을 통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대기를 지배하는 미분방정식으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922년에 영국 기상학자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이 이것을 계산했습니다. 당시 컴퓨터 없이 계산기로 방정식을 풀었어요. 방정식계를 만들어서 연 6000명이 3개월 동안 지상저기압의 12시간 예측을 했습니다. 비유하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멤버들을 연주시킬 때처럼 모든 격자에 모든 사람 앉아서 한 사람이 계산한 것을 옆사람 주고 하는 작업을 3개월 동안 한 것이지요. 하지만 검증해보니 완전히 틀렸습니다. 리처드슨은 죽을 때까지 왜 그런지 모른 상태에서 기록만 남겼지요.

1940년대 후반 들어오면서 처음 컴퓨터가 등장했습니다. 리처드슨 방정식을 계산해보니 여전히 문제가 있었어요. 대기에는 모든 파동이 다 있습니다. 심지어 음파도 있어요. 우리 모델이 100m 수준의 격자 간격으로 조밀해지면 음파가 중요해집니다. 음파가 있으면 계산 오차가 있어 기상학적인 현상을 망가뜨립니다. 지금 쓰고 있는 방정식계는 이런 부분을 다 뺀 여과방정식이에요. 짧은 파를 완전히 제거하고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기상 현상만 나타났습니다.

1950년대에 들어오면서 컴퓨터 향상되면서 1950년대 후반에 앞서 얘기한 도쿄 수치예보모델 컨퍼런스가 처음 열린 것입니다. 기상학자들이 컴퓨터만 빠르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은 것이지요. 지금 와서는 수치예보가 가장 중심이 됐습니다. 예보관의 직관과 경험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예보의 기반 자료는 이제 수치모델이 된 것이지요. 그만큼 정확해진 것입니다.

-한국형 수치모델 독자적인 고유의 모델이 왜 필요한지요? 예를 들어 벤츠나 베엠베 자동차를 타도 부산을 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지 않고, 슈퍼컴은 독자 개발보다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지 않나요?

=국회 예결위에서도 비싼 돈 들여 왜 개발하느냐, 영국에서 공동 개발해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일본 모델을 10여년 썼습니다. 일본 모델이 옛날 코드라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개선하려 해도 어렵게 돼 있어요. 일본에서 개발한 최신 버전은 절대 안 주고요.

2010년 영국 모델을 가지고 왔는데, 기상청에 들어와 보니, 기상청 직원들 경험과 기술은 많이 늘었지만 영국식으로 따라가기만 급급하더라고요. 영국은 수치모델 부문만 150명 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별도로 있고요. 사이어티스트(기상 전문가)와 비슷하지요. 승진할 때 되면 똑같이 승진합니다. 매니저급은 평가해서 엔지니어와 사이언티스트 누구든지 됩니다. 엔카도 엔지니어가 디렉터가 되는 경우 많습니다.

모델 개발 필요하다 해서 일본 접촉했는데 거절당하고, 미국도 협업을 거부했어요. 유럽 모델은 컨소시엄이어서 회원 국가만 쓰는 것이라는 답변이었고요. 영국만이 ‘오케이’ 해서 현재의 통합모델(UM)을 들여왔는데, 모델 업그레이드 되면 따라서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해상도 17㎞를 10㎞ 바꾸는 데 상당히 어려움 겪었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예산 반영을 위해 남의 것 똑같은 것 하면 안 주니 이왕 하는 거면 세계와 다른 걸 하자, 똑같은 것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렇게 된 것입니다. 한수예는 분광요소법(스펙트럴엘리먼트메소드)으로 결정했어요. 해군 출신인 김영준 당시 초대단장이 해당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해군에서 연구모델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2대인 홍성유 단장은 잘 정했다 하면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섰어요.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엔카에서도 스페트럴메소드를 쓰지만 수치모델에 적용한 데는 없었습니다. 엔카는 기후모델에 쓰고, 나사는 행성 등의 연구에 사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나사와 엔카는 정역학 모델입니다. 대야에 물을 넣으면 고여 있듯이, 대기의 상단 공기가 정지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에너지가 보존된다면 쉽지요. 한수예는 스펙트럴엘리먼트메소드를 가지고 수치예보 시스템을 최초로 하는 것입니다. 비정역학을 가지고 직육면체 구조로 계산하는 것이지요. 베껴온 것이 아니라 직접 알고리즘을 만들었기 때문에 고유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하나는 물리과정입니다. 한수예는 물리과정에 ‘패키지’라는 것을 씁니다. 폭풍(스톰)이 오는 데 잘 안 맞아 파라미터를 바꾸면 그것만이 아니라 에너지가 여기저기 흘러가니 다른 물리과정도 변하게 패키지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패키지한 것도 고유의 방법입니다. 물리과정은 기존 체계를 쓸 수 있습니다. (세계 1위인) 유럽 모델(ECMWF)도 사실 오스트레이리아의 수학자 알고리즘에서 시작됐어요.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델 개발을 하지 않고 캐나다에서 알고리즘을 가져가 현업모델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다시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져왔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유럽 모델(ECMWF)로 구축된 것이에요.

쉽게 얘기하면 갤럭시 운용체계가 미국의 안드로이드를 쓴다고 해서 삼성 휴대폰을 미국 핸드폰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수치예보모델의 독자성에 관한 논란에서 독자성이란 사실 의미 없는 것이에요. 문제는 수치예보모델이 정확하냐, (실제 예보 적용에) 희망적이냐, 우리 기술로 향상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현재 한수예가 거의 완성돼 기상청에서 현업에 준용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객관적으로 보아 냉정하게 평가해주신다면?

=현재는 현업모델로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한수예 3.4버전이 11월1일부터 연말까지 준현업모델로 갑니다. 내년에 3.5버전을 슈퍼컴에 얹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하면 부분적 개선 부분 있지만 협업모델로는 완료가 됐다고 볼 수 있게 됩니다.

냉정하게 보더라도 한수예는 우리가, 한국인이 만든 모델인 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인력과 에산이 투입돼 계속 개발된다면 일류 수준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은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정확도는 떨어지기는 하지만 현업 모델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확도가 유엠모델의 98%라는 건 사실 큰 의미 없지만, 한수예 목표인 세계 5,6위에는 들어간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한수예를 놓고 과연 기상청 현업에서 흔쾌히 받아들여 적용할지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현업준비반을 만들어 올해 5월까지 함께 일을 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담당과장이 표현한 ‘죽음의 계곡’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업모델과 연구모델은 별개입니다. 현업화하는 데도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에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단에서 개발한 것은 연구모델입니다. 들쭉날쭉하고 최적화도 안 돼 있고, 어느 곳은 계산량이 너무 많고. 튜닝해서 오늘까지 온 것이에요.

현업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줬다고 봅니다. 다만 정확도가 어느 수준이냐는 예보관들이 몇개월 동안 운용해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5월부터는 한수예사업단에서 계속 발표하고 예보관들이 듣고 평가해놓은 것을 한수예사업단에서 분석해서 개발에 반영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사실 2016년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2017년 들어서면서 앞으로 모델로 갈 수 있겠다고 자신을 얻었지요. 한수예사업단에서도 자신감이 생겨 2017년 개발이 궤도에 올랐습니다. 2018년에는 현업화하는 데에도 자신감을 얻었고요. 지금은 한수예사업단 쪽에 개발 로그파일을 보내달라 얘기해 받기로 했습니다. 이제 기상청에서 모델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거지요. 관건은 기상청 직원들이 모델을 어떻게 향상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후속모델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한수예를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 놓아야 합니다.

-한수예사업단이 수치모델을 기상청에 인계하고 나면 프로그램을 향상, 개선하는 것은 기상청 몫인가요?

=후속사업이 안 되면 다 가버리면 누가 하나, 충분히 (모델을) 가져오고 개발하는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어요. 모델의 수준이 안 올라가면 욕먹는 건 기상청입니다. 내가 가장 걱정한 부분도 이것이에요. 현업화준비반이 필요하고 우리 직원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후속 사업이 결정될 때까지 굉장히 긴장했어요. 그동안 수치모델링센터 직원들이 현업모델도 하면서 한수예 일도 하느라 고생이 많았지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2~3년 뒤 전문가가 됐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에요. 임명 당시 인사혁신처에도 요청한 것이 ‘제발 기상청은 순환보직제 조금이라도 개선해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직접 기상청에 와 보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승진해야 하는데 자리가 없으면 다른 부서로 갈 수밖에 없잖아요. 영국은 10년, 20년 한 자리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수치모델 돈들여 만들어 놓으면 다 됐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중국은 수년 전 수치모델을 개발해 어렵사리 현업에 적용했지만 아직 정확도가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기상청의 경우 영국 이외 국가에서, 기상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도 기상청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던데요, 우리도 개방형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미국의 기상학, 대기과학과 교수들 상당수가 기상학 전공에서 온 분이 아니에요. 물리학, 수학, 심지어 화학 출신들이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기상학은 스펙트럼이 넓어요. 미국에 공부하러 가기 전에 선배 한 분이 ‘기상학 하려면 수학, 물리학, 전산학 다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언제 기상학 합니까’ 물으니, ‘그건 네가 잘 해야지’ 얘기하더군요.(웃음) 우리도 개방직이 필요합니다. 영국식이 괜찮은 것 같아요. 이번에 기상청에서 연구사 뽑을 때 두 명은 소트트웨어 전공한 사람들을 채용했습니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뽑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국제 수준으로 가려면 소트프웨어 엔지니어 많이 와야 합니다. 기상학을 한 사람이 소프트엔진니어링을 배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학교에만 계시다가 공직 사회에서, 그것도 ‘청장을 해도 모자라는 거두’라는 표현을 들으실 만큼, 연륜과 경험에 걸맞지 않은 고공단 나급(2급 상당) 직책을 맡으셔서 4년을 지내셨는데요. 돌아보니 잘한 일로 자평하시는지요?

=오길 잘 했다 하기는 하는데, 이번 국감에서 너무 당황했어요.(웃음) 잘했다기보다 제가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수예 모델 궤도에 못 올라갔다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려워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앙상블모델은 한수예사업단에서 모델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준비를 못했어요. 수치예보모델을 현업화하면 앙상블도 함께 해야 합니다. 수치모델링센터에서 2017년부터 인력을 할애해 준비했어요. 지금은 거의 궤도에 들어왔습니다. 수치예보는 초기조건 문제여서 앙상블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우리 앙상블은 40개 됩니다. 한꺼번에 돌리면 결과값이 다양하게 나오지요. 에드워드 로렌츠의 카오스 이론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후임은 정해졌나요?

=내가 임명됐던 스카우트방식은 없어지고 현재 개방직으로 공모중이에요. 응모가 끝나 심사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상청 내부 승진은 안 되고, 퇴직했더라도 3년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최근 영향 태풍이 많아지면서 태풍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폭염이 잦아지면서 폭염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정된 인력의 기상청이 집중하기에 너무 많은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기상청 내지 예보관들이 역점을 두고 역량을 키워가야 할 부문이 어디라고 보시는지요?

=예보관 업무는 너무 비중이 크고 막중해서 쉽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예보관들이 현재 조건을 가지고 12시간도 좋고 36시간도 좋고 자기 역량으로 예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치모델 자료가 도움은 되지만, 따라가기 쉽게 돼 있습니다. 지금 예보관 능력 향상돼 있지만, 적어도 다른 것보다 현재 조건을 가지고 내일의 예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내가 무엇이 틀렸는지 판단력을 키워야 합니다. 지금 예보 종류 너무 많아요. 폭염, 태풍 등 예보관들이 여러 영역으로 산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3교대에서 4교대로 오기 힘들었지만, 내 생각에는 5교대로 가야 합니다. 5교대에서 1개 조는 6개월~1년 동안 자기 나름 대로 연구기간을 갖는 것이 좋겠습니다. 본인이 제안을 내든지 기상청이 임무를 주든지, 또 혼자 연구하든지 외국기관이나 국내 기관에 가든지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업무와 휴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역량 강화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보니 위스콘신대학으로 한 해에 미 공군이 5명씩 와서 자기 전공 분야를 연구하더군요.

-기상청이 이따금 비난을 받는데요, 시민들이 기상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요?

=기상청을 욕을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날씨 예보는 주식 투자와 비슷해요. 날씨 예보의 기반이 되는 카오스 이론은 주식시장에서 더 많이 씁니다. 하지만 주식 투자로 돈 벌겠다 해서 항상 버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다른 예로, 과학 실험실에서 상당히 많이 실패합니다. 엄청난 실패가 알려지지 않고 있지요. 실패를 거듭해 성과가 하나 나옵니다. 기상 예보는 실패하면 안 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할 여지는 아직 있다는 얘기지요. 시민들이 실패에 대해 관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비판을 해도 좋지만 격려도 해줘야 합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사진 기상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