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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년 엘니뇨는 전염병 창궐도 낳았다

등록 :2019-03-11 16:39수정 :2022-01-04 13:57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역대 3위권 엘니뇨로 강수량·온도 상승
미국 남서부 페스트·한타바이러스 증가
탄자니아 콜레라·브라질 뎅기열 창궐해
“계절 전망에 맞춘 예방 중요성 역설”
 a). 평년보다 강수량이 급증했지만 ‘계절 전망’에 따라 예방 접종을 받은 양들이 건강하게 풀을 먹고 있다(가운데
a). 평년보다 강수량이 급증했지만 ‘계절 전망’에 따라 예방 접종을 받은 양들이 건강하게 풀을 먹고 있다(가운데
2015~2016년 엘니뇨는 세계적으로 풍토전염병 창궐을 촉발시키는 기후 조건을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기상 변화인 엘니뇨가 공중 보건에 끼친 영향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진단하기는 처음이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연구팀은 2015~2016년 엘리뇨가 세계적으로 전염병 발병을 2.5~28% 촉진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낸 논문을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판에 게재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에서 해수온이 평상시보다 높아지는 기상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으로, 먼거리의 날씨 변화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친다. 엘니뇨는 치쿤구니아, 한타바이러스, 리프트밸리열, 콜레라, 페스트, 지카 등 전염병 발병이나 확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5~2016년 엘니뇨로 인한 강수량과 지표면 온도, 초목의 변화가 질병의 전파에 알맞는 조건들을 만들어 냈고, 이로 말미암아 미국 남서부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에서 페스트와 한타바이러스, 탄자니아에서 콜레라, 브라질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뎅기열이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연구원 어새프 애냠바는 “역대 3위권에 들 정도로 강력했던 2015~2016년 엘리뇨는 날씨에 영향을 끼쳤고 풍토전염병을 강화했다. 날씨 변화와 이에 따른 공중보건 기록들을 추적하기 위해 위성 자료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작업을 한 결과 날씨와 전염병 관계를 계량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나사 테라(Terra) 위성에 탑재한 중간해상도 분광복사기(MODIS)에서 지표면 온도와 초목 자료 등 일련의 날씨 관련 데이터들, 나사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강수량 데이터들을 사용했다.

케냐 나이로비 인근 농장에서 2016년 1월 채집한 리프트밸리열 바이러스 매개 모기인 아데스 매킨토시(왼쪽
케냐 나이로비 인근 농장에서 2016년 1월 채집한 리프트밸리열 바이러스 매개 모기인 아데스 매킨토시(왼쪽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의 월별 질환 발병 추이를 보면, 2015년에 페스트 발병률이 가장 높았고 2016년에는 한타바이러스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두 치명적인 질병의 발병이 늘어난 것은 엘니뇨로 인한 미국 남서부의 강수량 증가와 온도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날씨 변화가 초목의 성장을 촉진해 한타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쥐 등 설치류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설치류가 번성함에 따라 인간과 접촉이 증가하고 주로 오염된 배설물이나 오줌을 통해 치명적인 질병이 옮았다. 또 설치류가 확산함에 따라 페스트를 옮기는 벼룩들도 늘어났다.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서는 2015년과 2016년에 콜레라 발병 건수가 2000~2017년 18년 동안 각각 2번째와 세번째로 많았다. 콜레라는 배설물로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소장의 치명적인 세균감염병이다. 엘니뇨 기간 동아프리카에서 늘어난 강수로 하수가 지역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정수되지 않은 식수가 공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애냠바는 “콜레라는 단기간에 방역되지 않는다. 콜레라가 2015~2016년에 급증했지만 발병 추세가 2017년과 2018년까지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엘니뇨 기간에 뎅기열이 창궐했다. 모기 매개 질병인 뎅기열은 브라질에서 2000~2017년 18년 중 2015년에 가장 많은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인도네이사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번 엘니뇨에는 다른 엘니뇨 기간들보다는 뎅기열 발병률이 낮았지만 엘니뇨-라니냐 중립 기간에 비해서는 높았다. 두 지역에서는 엘니뇨로 평상시보다 높은 지표면 온도가 유지돼 서식지를 건조하게 했고, 이로 인해 모기들이 산란하는 데 필요한 개방된 수원이 있는 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몰려들게 했다. 또한 공기가 따뜻해짐에 따라 모기들이 쉽게 허기가 지고 더 빠른 시간에 성적 성숙에 이르러 사람들이 모기한테 물리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애냠바는 “엘니뇨와 전염병 발병의 밀접한 관계는 기존 ‘계절 전망’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냠바는 미국 국방부 지원 아래 20년 동안 이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염병이 발병한 국가들은 유엔의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이 계절 전망을 통해 질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 수단을 가동할 수 있다. 이 전망을 근거로 미 국방부는 사전 파견계획을 수립하고 농무부는 수입 농축산물의 안전성 검토를 위한 대책을 세운다.

논문 공저자인 케네스 린시컴 미 농무부 곤충학연구소 소장은 “엘니뇨와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주요 질병들의 연계에 대한 분석은 질병 관리와 예방에 중요하다. 또한 질병의 세계적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전망은 2016년에 동아프리카에서 리프트밸리열 발병을 막는 데 쓰였다. 가축에게 예방접종을 함으로써 수천명의 발병을 예방했고, 수천마리의 가축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저자인 뉴욕시의 공중보건 및 환경 비영리단체 시민환경연맹(EcoHealth Alliance) 부회장 윌리엄 카레시는 “인간과 가축에 대한 예방접종, 페스트 방역계획, 유휴수 제거 등 각 국가가 (엘니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은 많다. 하지만 여러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농업국가들에는 ‘기후-날씨 전망’이 새로운 낯선 수단이어서 이런 실천 방안들이 좀더 원활하게 활용되려면 시간과 세밀한 자료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냠바에 따르면 계절 전망의 가장 큰 잇점은 시간이다. 그는 “많은 질병, 특히 모기 매개 전염병은 날씨 변화에 따라 산란에 2~3개월이 필요하다. 계절 전망은 그래서 효과적이다. 매월 자료가 보완된다는 것은 지역별로 조건에 맞춰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고 말 그대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명을 구하는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H6s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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