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때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위치해 지표면에서는 태양이 달에 가려진다. 이번 개기일식은 지표면 상에서 약 100km 폭으로 진행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일식 때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위치해 지표면에서는 태양이 달에 가려진다. 이번 개기일식은 지표면 상에서 약 100km 폭으로 진행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대륙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며 일어난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구원)은 16일 “지구-달-해가 일직선으로 놓여 해가 달에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21일 일어나 북미와 중미, 남미 북부지역과 유럽 서부, 아프리카 서부 등지에서 관측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1918년 이래 99년 만에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에 이르기까지 13개 주에서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다.

미국 대륙에서 21일 개기일식은 오리건주에서 오전 10시(한국시각 22일 오전 2시)께 관측하기 시작해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 일식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은 폭이 약 100㎞로, 달 그림자가 시속 2735㎞ 속도로 이동해 4200㎞를 1시간30분 만에 주파한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려 태양 전체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개기일식은 태양의 지름이 달보다 400배 크기만 해와 지구의 거리가 달과 지구의 거리보다 400배 멀어 겉보기 크기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면과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면이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개기일식이 항상 일어나지는 않는다. 4년에 세 번 꼴로 일어나며, 관측이 가능한 지역에서도 2~3분밖에 볼 수 없다. 이론적으로 한 곳에서 개기일식이 다시 일어나는 데는 평균 375년이 걸린다. 올해부터 3000년까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일식은 2354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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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은 개기일식의 전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일식원정관측팀(팀장 조경석 우주과학본부장)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시에 파견할 예정이다. 원정단이 미국에 가는 이유는 개기일식 관측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그래프의 지상 시험 관측을 하기 위해서다. 천문연과 나사는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코로나그래프를 공동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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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은 과학자들에게 태양의 대기층 곧 코로나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조경석 본부장은 “코로나를 관측하는 이유는 지구에 영향을 주는 태양물질이 가속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중인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는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분포를 측정해 태양풍의 가속 과정 연구에 활용되고 또 좀더 정확한 지구 주변의 우주환경 예보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는 태양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고 있는데, 온도가 100만~500만도로 태양의 표면온도 6000도보다 훨씬 높다. 태양 내부 핵의 열이 순차적으로 전달된다면 표층 온도보다 코로나 온도가 낮아야 함에도 오히려 훨씬 뜨거운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코로나를 직접 관찰할 수는 없다. 개기일식은 과학자들이 손쉽게 코로나를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면 코로나그래프는 인공적으로 태양면을 가려 항상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게 한 장비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에사)은 공동 개발한 태양관측 위성 소호(SOHO)에 탑재한 코로나그래프 라스코(LASCO)를 운용해왔지만 수명 20년이 다 돼간다. 천문연과 나사의 새 코로나그래프가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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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은 또 태양에너지가 지구 대기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회로도 유용하고, 태양 빛이 차단됐을 때 전리층을 이루는 하전입자가 생성되지 못해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나사는 이번 개기일식 때 11대의 우주선과 3대의 비행기, 50개 이상의 풍선 관측기를 띄워 개기일식을 관측할 계획이다.

다음 개기일식은 2019년 7월2일 태평양, 칠레, 아르헨티나 지역에서 관측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2035년 9월2일 오전 9시40분께로 북한 평양·원산이나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