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터스텔라’에서 날아온 ‘운석’을 들고 찾아뵀던 ‘번개 맞은 사나이’ 이근영 기자입니다. 불현듯 닥치는 재해처럼 잊을 만하면 한번씩 뵙니다. 재해·재난과 관련될 때 자주 등장하니 과학 담당이 아니라 재해구난 담당 기자로 오해받을까 두렵네요.
오늘은 지난 5일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심장박동을 최고도로 치솟게 했던 지진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2007년 오대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인근 3층짜리 숙소에 머물다 건물이 흔들리는 지진동을 느껴본 경험이 있어, 주민들의 놀람과 불안이 남다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지진이 두려운 것은 태풍이나 홍수와 달리 언제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일 겁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지진예측기술 개발에 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1997년 고베지진의 급습을 받은 뒤 포기하고 연구를 중단했습니다.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와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대립항이 아님에도, 지진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태도에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한반도에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원인은 억겁의 과거에 생겼습니다. 지질학계에는 8억3천만~7억6천만년께 한반도 남쪽은 중국과 한 대륙이었으나 2억4천만년~2억3천만년께 북중국대륙과 남중국대륙이 충돌할 때 떨어져나와 한반도 북쪽과 합쳐져 현재의 땅덩어리가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또 일본은 5억년 전께 한반도 북부 동쪽에 형성됐다가 남·북중국대륙 충돌 때 떠밀려 한반도 남부의 동쪽으로 이동한 뒤 2천만년 전께 단층 활동으로 동해가 생겨나면서 한반도에서 분리됐다고 해석합니다. 이런 과정에 많은 단층들이 생겨나 한반도는 ‘단층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지진은 커다란 대륙판들이 서로 미는 힘(응력)이 축적되다 단층이 깨지면서 발생합니다. 단층이 많으면 그만큼 지진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안쪽에 위치해 비교적 안정한 지질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태평양판, 북미판, 필리핀판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한반도에는 일본 쪽에서 서쪽으로 미는 힘과 필리핀에서 올라오는 힘, 인도쪽에서 동쪽으로 미는 힘이 작용해 동서방향으로 응력이 쌓이고 있습니다. 일본에 비해 힘이 축적되는 기간이 긴 것이지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지요. 실제로 1681년 숙종 때 조선왕조실록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바닷물이 물러간 뒤 평상시에 만수가 되던 곳이 100여보나 노출됐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지진해일을 시사합니다. 지진해일이 일어나려면 적어도 규모 6.5~7의 지진이 일어나야 한답니다. 이렇게 지진이 한번 일어났던 단층을 활성단층이라 하는데, 힘이 응축되다 보면 활성단층에서는 언젠가 다시 지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질학계에서는 지질시대의 제4기에 해당하는 180만년 전 이후에 움직임이 있었던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경주 등 한반도 남동부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지진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곳에는 양산단층 등 8개의 큰 단층대와 함께 60여개의 활성단층들이 존재합니다. 큰 지진이 일어났고 단층도 많으니 큰 규모의 지진이 또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규모 7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려면 40~50㎞ 단층이 깨져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 남동부 지역의 단층들은 분절돼 있는 경우가 많아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적다”고 말합니다. 지 센터장은 “그러나 우리는 땅속을 너무 모른다. 하물려 바닷속은 더욱 알 수 없다. 해상 단층 구조 조사도 1~2㎞ 깊이까지 할 수 있지 이번 지진처럼 10㎞ 아래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지진은 ‘풍토병’인데 토종연구자들은 태부족입니다.

이근영 미래팀 선임기자
이근영 미래팀 선임기자

울산 지진이 쓰시마-고토 단층대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분석도 논란입니다. 지진에도 하인리히법칙이 적용됩니다. 큰 사고에는 작고 경미한 징후가 앞서는 것이지요. 단층이 크게 깨지려면 작은 깨짐이 여러 번 일어나야 합니다. 울산 앞바다는 올해만 4번의 지진이 발생할 정도로 지진 발생이 많은 지역이지만 지진들이 단층선을 따라 발생하는 패턴을 보이고는 있지 않습니다. 울산 지진이 큰 지진의 전조라고 볼 수는 없는 이유지요.

이근영 미래팀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