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공은지씨는 지난해 결혼한 남편과 처음 가는 제주도 여행에 들떠 있다. 공항에 내린 공씨는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에 대고 “우리 예산에 적당한 쿠페(2인승 세단형 승용차)가 필요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공씨 주머니 사정에 적절한 가격의 주변 자동차를 검색한다. 5분 뒤 공항 앞에 차가 도착한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차의 주인은 자신이 일하는 동안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이 차가 혼자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두었다. 차를 타고 섭지코지에 도착한 공씨는 가방에서 드론을 꺼내 날렸다. 그는 뇌파로 조종되는 이 드론으로 주변을 돌면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안경으로 전송시키고 가고 싶은 곳들을 찜해두었다. “출발~!” 드론을 자동촬영 모드로 바꾸고 공씨는 남편과 하이킹에 나섰다. 드론은 두 사람 주변을 돌면서 여행 영상을 촬영할 것이다. 최신 기술 수준을 이용해 만들어본 미래의 가상 여행기다.
정부는 18일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 드론과 자율주행차 규제를 대폭 풀어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는 ‘드론 및 자율주행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민간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나머지는 규제하는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해선 안 될 분야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점이다. 2014년 국내에 등록된 드론 750대(항공정보포털시스템)는 대부분 레저용으로, 응용 산업은 미미한 수준이다. 자율차의 경우 도로시험 규정이 명확지 않아 관련 업체가 도심 시험주행 등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번 방안이 현재와 2045년 사이의 디딤돌이 될지 주목된다. 오는 9월 항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드론 택배나 ‘에어쇼’와 같은 공연, 광고 등 다양한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우리 주변의 풍경을 바꿀 전망이다. 오는 12월까지 개정 예정인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구역에도 시가지 등이 포함돼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도로에서 시운전 중인 자율차를 마주할 날도 머지않았다.
드론과 자율주행차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삶을 바꾸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인간경험연구소(HXRL)는 이달 최초의 뇌파 드론 경주를 열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45년 자율차가 자동차의 주류를 차지하리라고 전망했다. 드론은 우리 팔이 닿는 범위를 하늘로 넓히고, 자율차는 운송수단으로부터 의식을 해방시킬 전망이다.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두 기술인 만큼 역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테러, 자율차를 상대로 한 해킹 위협 등이 떠오르는 위험들로 꼽힌다.
권오성 김소연 기자 sage5th@hani.co.kr
정부, 드론·자율차 규제 확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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