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리치
모드리치

생명의 원천인 디엔에이(DNA)의 복구 원리를 밝혀낸 스웨덴과 미국, 터키 과학자 3명에게 2015년 노벨 화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각) 스웨덴의 토마스 린달(77) 영국프랜시스크릭연구소 명예연구원과 미국의 폴 모드리치(69) 듀크대 교수, 터키 태생의 아지즈 산자르(69)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세 과학자는 세포가 자외선이나 활성산소, 독성물질 등에 의해 손상된 디엔에이를 어떻게 복구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인간 생명에 대한 지식을 깊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암 치료 등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광고

디엔에이는 세포의 모든 작용을 관장하는 생명의 핵으로, 네 가지 염기가 쌍을 이루는 이중나선 구조로 돼 있다. 애초 안정화된 분자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구조적으로 취약해 염기서열 정보들이 쉽게 손상된다는 게 1970년대에 밝혀졌다. 세 과학자는 생체가 손상된 디엔에이를 스스로 복구하는 다양한 원리 가운데 대표적인 3가지를 규명했다. 린달은 손상된 염기 하나하나를 뜯어내 수선하는 염기절제복구(BER) 원리를 발견했다. 지퍼가 고장났을 때 지퍼 한조각 한조각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모드리치는 세포분열의 디엔에이 복제 과정에 손상된 디엔에이를 고치는 부정합복구(MMR) 방식을 발견했다. 지퍼가 손상돼 불룩 튀어나온 부분을 찾아 수선하는 것에 빗댈 수 있다. 산자르는 자외선 등에 의해 망가진 디엔에이를 복구하는 뉴클레오티드절제복구(NER) 원리를 찾아냈다. 뉴클레오티드는 염기와 당, 인산 등으로 이뤄진 분자를 말한다. 말하자면 일부 망가진 지퍼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이다.

조규봉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세포는 스스로 디엔에이를 복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70살쯤엔 세포당 손상된 디엔에이가 2000개 이상에 이른다. 세 과학자의 연구성과는 분자 차원에서 질병을 연구하는 데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에게는 800만크로나(약 11억2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근영 선임기자, 조일준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