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군 생태계를 교란시켜 장 건강을 해친다. 픽사베이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군 생태계를 교란시켜 장 건강을 해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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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과 설사 등을 일으키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으로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10명에 1명 꼴로 이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IBD)도 증상이 비슷하다.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전 세계적으로 1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들 장 질환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스트레스를 꼽는다. 장과 중추신경 간 생화학적 신호전달 체계인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의 대사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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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2주 동안 생쥐를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시킨 뒤 생쥐 몸안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병원체로부터 장을 보호해주는 세포의 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호세포를 만드는 장내 줄기세포의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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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생쥐의 장내 미생물군집을 살펴봤다. 이전 연구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하면서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까지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장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 신경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나뉘는데, 교감 신경은 장 운동을 억제하고, 부교감 신경은 장 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둘 사이의 균형이 깨져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식하는 젖산균(락토바실러스)속의 일부 박테리아는 인돌3아세트산(IAA)라는 화학 물질을 생성한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로 인해 이 물질의 수치가 높아지면 생쥐의 장 줄기세포가 보호세포로 분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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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스트레스가 장내 미생물 스트레스로

사람한테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연구진은 생쥐 연구 결과를 사람한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증거로 사람의 대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대변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변보다 락토바실러스균과 인돌3아세트산이 많이 검출됐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속의 장내 미생물군도 스트레스를 받는 셈이다.

연구진은 또 생쥐 실험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장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물질도 발견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에게 일부 보디빌더가 복용하는 알파-케토글루타르산(α-ketoglutarate)이라는 보충제를 투여하자 손상된 장 줄기세포의 대사가 시작된 것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몇년 전 생체 대사물질 중 하나인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이 줄기세포 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물질이 장 질환 증상을 완화해주는지, 효과가 지속성이 있을지는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음엔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의 안전성과 효능을 추가로 시험할 계획이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여러가지 다양한 생화학적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스트레스와 장의 연관성에 대한 모든 것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 또 이번 연구는 장-뇌 축 체계에서 스트레스가 장에 미치는 ‘하류 영역’에 대한 영향만을 다루었을 뿐이며, 전체를 이해하려면 뇌가 박테리아 증식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상류 영역’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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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코크대의 제라드 클라크 교수(신경위장병학)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가 퍼즐의 새로운 조각을 찾아낸 건 확실하지만, 퍼즐에 얼마나 많은 조각이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cmet.2023.12.026
Psychological stress-induced microbial metabolite indole-3-acetate disrupts intestinal cell lineage commitment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