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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과학

‘진화의 나무’ 파헤쳐 인류 최대 족보 만들었다

등록 :2022-03-03 10:05수정 :2022-03-03 10:27

고대·현대 인간 게놈 3600개 변이 분석
200만년전 ‘진화의 나무’ 뿌리까지 추적
2700만명 공통조상 네트워크 구축 성공
“향후 모든 사람 유전체 연관 파악 가능”
유전체 변이 정보로 추론한 인류의 시간적, 지리적 족보. 선은 조상-후손 관계를, 선의 폭은 관계가 관찰된 횟수를, 선의 색상은 추정 연대를 나타낸다. 옥스퍼드대 빅데이터연구소
유전체 변이 정보로 추론한 인류의 시간적, 지리적 족보. 선은 조상-후손 관계를, 선의 폭은 관계가 관찰된 횟수를, 선의 색상은 추정 연대를 나타낸다. 옥스퍼드대 빅데이터연구소
세계 전역의 인류를 아우를 수 있는 역대 최대, 최고의 유전체 족보가 탄생했다.

과학자들이 한 사람의 유전체(게놈) 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 지 20여년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다. 그동안 축적한 고대 인류와 수십만명의 현대인 게놈 데이터를 토대로 진화의 나무 뿌리를 200만년 전까지 파헤쳤다.

길 맥빈 영국 옥스퍼드대 빅데이터연구소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8개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돼 있는 고대와 현대의 게놈 데이터 중 품질이 우수한 215개 집단의 3609개 게놈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3601개는 현대의 게놈이었고, 고대 게놈으로는 3개의 네안데르탈인 게놈과 1개의 데니소바인 게놈, 그리고 약 45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살았던 한 고대인 가족 4명의 게놈이 쓰였다. 연구진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 DNA 조각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끝에, 모두 641만2717개의 유전자 변이를 식별해냈다. 비교를 위해 별도로 3589개의 고대 게놈 표본도 추가로 조사했다.

연구진은 이어 ‘트리 시퀀스’(tree sequence) 기법으로 최대 수백만개의 게놈을 결합해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변이들의 계통 분석을 시도했다. ‘트리 시퀀스’란 유전자를 아버지와 어머니 중 한 쪽으로부터만 전달받는 것이 나무의 가지 모양과 같다는 데 착안한 유전체 계통 추적 방법이다. 예컨대 나무 가지 끝에서 출발해 가지들이 만나는 부분을 따라 가면서 나무의 뿌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의 일원인 얀 웡 박사(진화유전학)는 “이 ‘진화의 나무’를 이용하면 모든 사람의 유전체가 서로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변이로 추적한 18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지역. 지금으로부터 약 7만2천세대 전이다. 동영상 갈무리
유전자 변이로 추적한 18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지역. 지금으로부터 약 7만2천세대 전이다. 동영상 갈무리
7만2천년전 북동 아프리카 이동 확인

연구진은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1300만개의 진화의 나무 가지와 2700만명의 공통 조상이 얽힌 유전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여기에 표본 게놈의 위치 데이터를 추가해 공통 조상이 살았던 곳을 결합한 결과, 아프리카 탈출을 포함한 인간 진화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7만2천년 전에 출현한 변이는 북동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때가 인류의 아프리카 탈출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장 오래된 상위 100개의 변이도 이 지역, 특히 수단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은 현생 인류가 출현한 30만년 전보다 훨씬 앞선 20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 시기는 호모속의 초기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한 때다. 이들은 인간 진화사에서 우리와 비슷한 신체구조를 지닌 최초의 집단이었다.

논문 제1저자인 앤서니 와일더 원스(Anthony Wilder Wohns) 브로드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가장 오래된 인간 조상이 아프리카 대륙에 있었다는 기존 결론이 유전자 계보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A는 게놈 표본 수집 위치(별표는 고대 게놈, 나머지 두개는 현대 게놈). B는 현대인 게놈의 조상 위치. 공통 조상이 아프리카 북동부에 몰려 있다. C는 유전자 변이로 본 6개 시기(2500년전, 2만5천년전, 5만6천년전, 14만년전, 28만년전, 84만년전)의 조상들의 지리적 위치. 사이언스
A는 게놈 표본 수집 위치(별표는 고대 게놈, 나머지 두개는 현대 게놈). B는 현대인 게놈의 조상 위치. 공통 조상이 아프리카 북동부에 몰려 있다. C는 유전자 변이로 본 6개 시기(2500년전, 2만5천년전, 5만6천년전, 14만년전, 28만년전, 84만년전)의 조상들의 지리적 위치. 사이언스
아메리카 도착 시점은 1만8천년 전 아닌 5만6천년전

또 새로운 게놈 족보에는 지금까지의 통설과는 다른 고대 인류의 이동에 대한 단서도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유전적 변이들의 분포를 보면, 인류가 파푸아뉴기니에 도착한 시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0만년이나 앞선 14만년 전이며,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한 시점은 고고학에서 말하는 1만8천년 전이 아니라 5만6천년 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맥빈 교수는 세 가지 가능성을 거론했다. 첫째는 자신들이 내린 결론이 틀렸을 가능성, 두번째는 실제로 그 시기에 이동해 왔을 가능성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좀 복잡하다. 아메리카나 파푸아뉴기니로 이동해 온 사람들의 원소속 인구집단이 사라지고 오늘날 그런 변이 보유자는 아메리카나 파푸아뉴기니에만 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엔 더 이상의 분석은 불가능하다. 맥빈 교수는 그러나 고대의 유전적 혈통 단절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질병 유발하는 유전적 변이의 기원 추적 기대

연구진은 게놈 데이터가 확보되는 대로 계속 네트워크에 통합해 더욱 풍성하고 정확한 진화의 나무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웡 박사는 “현대와 고대 게놈 표본의 질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엔 모든 인간의 유전적 변이 계통을 담을 수 있는 통합 지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지금은 인간이 연구 초점이지만 오랑우탄에서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물에도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전체 족보는 유전과 질병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올바로 가려낼 수 있게 함으로써 의료유전학 분야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웡 박사는 과학자미디어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유전체 족보는 우리의 역사를 읽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는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적 변이의 기원과 확산을 추적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MIT하버드브로드연구소, 하버드대, 오스트리아 빈대가 함께한 이번 연구는 2월2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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