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이스북 본사 정문 앞의 모습. 이완 기자
미국 페이스북 본사 정문 앞의 모습. 이완 기자

먹방, 여행, 셀카, 소셜미디어, 게임 등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하는 도파민 지향 문화를 거스르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실리콘밸리 종사자들간에 확산되고 있는 ‘도파민 단식(Dopamine fasting)’ 현상을 보도했다.

디지털 기기 의존현상이 깊어지면서 일각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일시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디지털 디톡스’ 활동이 소개되어왔지만, ‘도파민 단식’은 이보다 근본적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만이 아니라, 뇌에 쾌락과 감각적 만족을 제공하는 도파민 자극 활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한다는 점에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UC 샌프란시스코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이자, 스타트업 투자가이기도 한 캐머런 세파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도파민 단식’ 처방을 해오고 있다. 주고객은 정보기술 종사자와 벤처 투자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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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인 캐머런 세파는 링크트인에 글을 올려 미국인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강조하고, 도파민 단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닐슨 조사에 따르면, 18살 이상 미국인의 하루 미디어 이용시간은 2017년 3분기 10시간30분, 4분기 10시간47분, 2018년 1분기 11시간06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도파민 자극에 노출되고 있는 환경이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인 캐머런 세파는 링크트인에 글을 올려 미국인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강조하고, 도파민 단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닐슨 조사에 따르면, 18살 이상 미국인의 하루 미디어 이용시간은 2017년 3분기 10시간30분, 4분기 10시간47분, 2018년 1분기 11시간06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도파민 자극에 노출되고 있는 환경이다.

세파 교수가 실리콘밸리의 신생 벤처기업인 슬립웰(SleepWell) 공동창업자인 20대 중반 3명에게 처방한 ‘도파민 단식’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식사를 삼간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물론 어떠한 종류의 화면도 보지 않는다. 음악을 듣지 않는다. 집중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업무를 하지 않는다. 성관계는 물론,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경우를 빼곤 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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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단식’을 하는 사람은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실내에서 어슬렁거리는 산책, 집중하지 않는 가벼운 독서 등으로 소일하며 가능한 한 모든 감각적 자극을 최소화하는 시간을 보낸다.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도파민 단식을 예찬하는 대표적인 유명인사로, 주기적으로 도파민 단식을 실천한다.

도파민, 60년전 역할 드러나…우울증·파킨슨병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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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전두엽 영역에서 활동하는 도파민의 작용을 설명해주는 뇌 단면&nbsp;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뇌 전두엽 영역에서 활동하는 도파민의 작용을 설명해주는 뇌 단면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도파민은 쾌락, 욕망, 동기부여, 감정, 운동 조절 등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60년 전에야 역할이 알려졌다. 1958년 스웨덴의 국립심장연구소 아르비드 칼손 박사에 의해 처음 고유 기능이 규명된 이래, 인간의 감정과 정신작용 등 두뇌 현상의 많은 부분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칼손 박사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기능을 밝혀냈을 뿐 아니라, 파킨슨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등의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도파민이 과다하면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며 지나치게 적으면 우울증이 생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운동 장애를 일으키는 게 주된 원인이다. 도파민은 의욕과 동기 부여에 깊이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끊임없이 더 많은 쾌락과 자극을 추구하는 요소로 각종 중독과 병리적 현상을 유발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와 기능을 통해사용자 만족과 사용시간 확대를 늘리는 방향으로 서비스 개선을 추구해왔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광범한 이용자에게 몰입적 사용을 넘어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배경이다.

페이스북 초창기에 부사장을 지내다 2011년 퇴사한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2017년 11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강의에서 페이스북을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short-term, dopamine-driven feedback loop)라고 규정하고 “페이스북이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는 도구”라고 말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이며 공동창업자이고 음원공유 사이트 냅스터 설립자인 숀 파커도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일구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파민 단식’은 세 특징이 눈길을 끈다. 하나는 인간 심리적 본능과 취약점을 노린 디지털 서비스 이용방식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감각적 자극을 가져오는 모든 영역으로 단식 실행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점점 더 강렬한 도파민 분비를 요구하는 지속적인 자극에 노출되어 주의력과 판단력, 창의력이 방해받는 환경에서 최상의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주기적 청소법’이라는 점이다. 셋째, 점점 더 많은 도파민 분비를 추구하는 디지털 서비스 경쟁 환경에서 대응방법 또한 ‘도파민 기반’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