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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강경화 “인권은 국가 꿰뚫는 프리즘…출발은 여성 인권”

등록 :2017-05-22 16:20수정 :2017-05-22 17:01

지난 1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에 내정될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1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에 내정될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한겨레> 자료사진
강경화(62)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유엔에서 일한 10년간 대부분의 경력을 여성과 인권 분야에서 쌓았다. 현재까지 한국 여성 외교관이 오른 유엔 최고위직인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으로 활동 중인 그의 내력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의 궤적을 과거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다.


■ “나도 아이도 행복해지지 않길래, 다시 일을 시작했다”

비 외무고시 출신 외교부 첫 여성 국장, 유엔 최고 인권기구인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사무부총장·사무총장 비서실장과 함께 유엔 3대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정책특보로 임명된 외교 전문가. 그 역시 전업주부였던 시간이 있었고, 성차별을 경험했다.

“3남매 양육 때문에 직장 그만두고 1년간 전업주부로도 살아봤는데, 나도 아이들도 별로 행복해지지 않길래 다시 일을 시작했다. 운도 따랐다. 내 사회생활 초창기는 여성들에게 기회가 막 열리는 시기였다.” (‘조선일보’ 2012년 5월 인터뷰 ▶바로가기)

“학위(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를 따고 한국에 돌아가서 대학에서 가르치려 했을 때 나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했다. 완전히 오해였다. 그들은 성차별에 대해 노골적이었다. 대학 강사에 지원했는데도 ‘여성이 지원할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난 3~4년간 최저임금을 받는 시간강사, 소위 ‘보따리 장사’를 했다. (…) 미국과 유엔에서 성차별은 훨씬 덜하다. 유엔은 반대 방향이다.” (‘NYCultureBeat’ 2013년 12월 인터뷰 ▶바로가기)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남편과 처음부터 내가 일하겠다고 밝혔으며, 지원해주기로 했다. 어떤 여성들은 가사일에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난 완벽한 아내거나 엄마는 아닐 것이다. 난 항상 말해왔다. “각자가 최선을 다하면 돼!” 난 점수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고.” (‘NYCultureBeat’ 2013년 12월 인터뷰)

■ 인권 전문가의 길, 그 “출발은 여성 인권”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를 맡고 있던 2014년 6월11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방문하기 위해 시트웨 공항에 도착했다. 라카인/EPA 연합뉴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를 맡고 있던 2014년 6월11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방문하기 위해 시트웨 공항에 도착했다. 라카인/EPA 연합뉴스
외교부에서 유엔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배경으로 “인권에 관한 분야라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밝힐 만큼 인권은 강 후보자의 주 관심사다. 그는 “인권은 국가권력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한 국가의 정체성을 꿰뚫는 데 가장 효과적인 프리즘”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인권·인도주의 분야 외교 전문가가 된 계기는 약 20년 전에 찾아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였다. 2011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국 여성인권 현주소에 대해 “여전히 성희롱, 사소한 성추행 정도는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작은 문제부터 엄격히 해결돼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출발은 여성 인권이었다. 국회의장실에서 국제담당비서관으로 일하던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다. 정부, 비정부기구가 함께 꾸린 대표단의 대변인으로, 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는 등 2주 동안 정말 신나게 일했다. 그때 처음 내 문제가 나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공동 의제를 세우고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일을 유엔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 2005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를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위원장인 내가 주재했다. 유엔 장애인협약에 여성 장애인 관련 내용을 별도 조항으로 만들어 넣는 것을 3년에 걸쳐 추진해 성사시켰다.” (‘조선일보’ 2012년 5월 인터뷰)

그가 꼽은 ‘유엔에서 일한 최고의 순간’은 여성 성폭력 문제를 다루던 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 일할 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성폭력이 체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이들을 직접 만나서 그런 혹독한 경험에서 인간의 위엄을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까?(고민했다) 그런데, 모든 여성이 좌절하지 않았다. 건강이 회복된 여성들은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잔인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극도의 상황에서도 천사들, 의사들, 비정부기구들이 희생자를 돌보기 위해 나타났다. 여기서 인간성의 최악과 최선을 보았다.” (‘NYCultureBeat’ 2013년 12월 인터뷰)

김대중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의 파트너십

강 후보자는 1997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통역을 맡으면서 약 3년 동안 김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사로 활동했다. 이때 뛰어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김 전 대통령이 1998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정상회담 통역을 맡았다.

“김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대화를 7번이나 통역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은 내용이 확실하고 풍부해 비교적 통역하기가 쉬웠다.” (‘주간동아’ 2017년 1월 인터뷰 ▶바로가기)

“대통령께선 늘 조그만 메모지 한 장을 손에 쥐고 계셨다. 그 안에 당신이 하실 말씀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그거 한 장 가지고 세계의 리더들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말씀을 이어가셨다.” (‘조선일보’ 2012년 5월 인터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도 인연이 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 시절 외교부 국장에 임명됐고, 당시 반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강 국장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로 2007년 나란히 유엔에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반 총장님은 2007년 1월1일에 뉴욕 본부에서, 나는 1월15일에 제네바 OHCHR에서 일을 시작했다. 반 총장님 선거 일을 돕는 중에 OHCHR 부대표직 공개모집 소식을 들었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이다. 이건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냥 밀고 나가신다. 유엔여성(UN WOMEN)이라는 여성 담당 총괄 기구를 만든 것, 소리 없이 유엔 개혁을 이끌고 있는 점이 그렇다.” (‘조선일보’ 2012년 5월 인터뷰)

한편, 강 후보자는 22일 자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를 인정하고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전날인 21일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강 후보자가 미국 유학 중인 1984년 출산한 큰딸이 현재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본인(강 후보자의 큰딸)이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큰딸이 고교 시절 한국에 돌아와 이화여고에 전학할 때 1년간 친척 집에 주소를 두는 위장전입을 한 사실에 대해 조 수석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지명한 건, 후보자의 외교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비고시 출신’ 인권전문가…외교부 유리천장 깬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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