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선출직인 대통령을 꿈꾸는 주자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누굴 뽑아도 나라는 잘 될 것만 같다. 그러나 때론 백 마디 말보다 행적 하나가 더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법. 그들은 말만큼 훌륭한 발자취를 남겼을까?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을 지냈거나 현직에 재임 중인 주요 대선주자들의 ‘성적표’를 꼼꼼히 되짚어 봤다.
지지율 1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모두 국회에서 정치경력을 쌓았다. 문 전 대표는 19대 의원으로 선출직을 처음 경험했고, 안 전 대표도 19대 임기 중인 2013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20대 재선에 성공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7대에 처음 배지를 단 뒤 내리 4선이다. 나란히 몸담았던 19대 국회에서 세 사람은 어떤 성적표를 남겼을까.
■ ‘문재인표 법안’ 0개…공약이행 저조
‘국회의원 문재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4년 임기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법률이 없다. 대표 발의한 4개 법률안도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의원 평균 법률안 발의 건수가 47.8건이고, 이 가운데 34.6%(5346건)가 실제 입법까지 된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문 전 대표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기관 운영의 주요 척도로 삼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사회적가치기본법)을 발의했다. “국정기조와 국정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간판 법안’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그는 상임위의 안건 상정 과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결국 이 법안은 19대 임기가 끝나며 폐기되고 말았다. 그는 2014년 6월 “국방과 안보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상임위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방위원회로 옮겼지만, 국방 관련 대표발의는 아예 없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대선 후보였고, 당 대표까지 맡아 국회 바깥의 일이 많긴 했다. 다른 의원들과 단순 비교가 힘든 이유다. 당대표를 지낸 다른 의원들 역시 입법 성적은 저조하다. 이해찬 전 총리(법안 8건 발의, 3건 반영), 김한길 전 대표(법안 9건 발의, 1건 반영),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4건 발의, 2건 반영), 김무성 전 대표(6건 발의, 1건 반영) 등은 모두 입법 성적이 좋지 않았다. 18대 국회에서 2년간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국회의장은 임기 동안 법안 발의가 1건(임기만료폐기)에 불과했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 자료를 보면, 19대 임기 동안 문 전 대표의 본회의 출석률은 73.7%, 상임위 출석률은 61%로 전체 국회의원 중 하위 3.4%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당대표들의 출석률이 50%대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열심히 의정활동을 한 셈이다.
■ 입법·정책 활동은 안이 가장 활발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전 대표는 3년 임기 동안 법안 18건을 발의해 6건이 국회를 통과(대안반영폐기)했다. 그 역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대표를 지냈음에도 입법 활동이 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시기 국회도서관에 등록한 정책자료도 22건(의정보고서 제외)으로, 19대 국회의원 평균인 15.8건보다 많았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법안 13건을 발의(3건 반영)했다. 문 전 대표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다른 원내대표들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편이다. 비슷한 시기 법안 67건을 발의(19건 반영)한 우윤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71건(19 반영)을 발의한 이종걸 의원과 견주면 차이가 크다. 19대 국회 첫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전 의원은 법안 60건을 발의해 41건의 법률 제·개정을 이끌었다. 유 의원은 19대 임기 동안 정책자료 9건을 내는 데 그쳐 정책개발 부문에서도 평균 이하였다.
■ 유, 공약 이행 높지만 대부분 지역 민원성
공약 이행에선 유승민 의원이 두드러졌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해 초 19대 지역구 의원들한테서 제출받은 공약이행 자체평가표를 보면 문 전 대표의 공약이행률은 16.7%(공약 12개 중 2개 완료)이고, 안 전 대표도 22.2%(18개 중 4개 완료)에 그쳐 전체 평균 51.2%에 한참 못 미쳤다. 반면 유 의원은 총 80개 공약 가운데 56개를 완료했다고 밝혀 이행률 70%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 80개 중 66개가 ‘갓바위에 명품 소원의 길 조성’, ‘불로동에 화훼류 공동집하 판매장 건립’ 같은 지역 민원성 개발공약이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