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누드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맨 위는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누드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맨 위는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얼굴을 나체 그림과 합성하는 등의 ‘풍자 작품’ 전시회를 주최해 논란을 빚은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 풍자 누드 작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24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반여성적인 측면이 있는 작품을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전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렇게 결정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표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긴급 최고위원회를 연 것은 당내 여성 의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의 긴급 최고위원회 개최에 앞서 문재인 전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하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광고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지난 20일부터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그림 전시회 ‘곧바이전(곧, BYE! 展)’을 열었다. 논란이 된 작품은 프랑스 유명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와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혼합해 패러디한 것으로, 나체로 잠자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원작에 얼굴 부분은 박 대통령으로 합성했다. 제목은 ‘더러운 잠’이다. 새누리당 쪽이 이에 대해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과 질 낮은 성희롱”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국민의당 여성 의원들도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자칫 ‘여성’대통령, ‘여성’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여성 정치인 혐오가 담긴 작품 전시를 철회하고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표창원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 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다”며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의도하지 않았을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존중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밝혔다.

광고
광고

국회 사무처는 논란이 된 작품을 이날 오후 3시까지 자진철거해 줄 것을 표 의원실 쪽에 요청했으나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의원회관 제1로비 사용 허가를 취소해 전시 작품 전체를 철거했다.

사무처가 철거하기에 앞서 보수단체 시민 20여명이 전시회장에 몰려들어 논란이 된 작품 ‘더러운 잠’을 집어 던지며 액자를 파손했다. 한 남성은 “국회가 이런 데냐. 표창원 정세균(국회의장) 개○○”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수단체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