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가 촛불 민심과 박 대통령의 3차 담화(11월29일) 사이에서 미묘한 내부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시점만 밝히면 탄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비박근혜계 전반에 강한 가운데, 비박계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2일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선언하더라도) 야당과 협상이 결렬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비주류가 주축인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인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대통령의) 4월 퇴진 이야기 때문에 탄핵을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오해다. 저는 입장이 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이날 오전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과도 같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이런 생각이 비주류 전반의 실제 기류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내비쳤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혀도 여야 협상이 안 되면 탄핵 표결에 들어가느냐에 대해 비상시국위원회 내부의 의견이 갈린다”며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 숫자가 가결에 충분하냐는 자신있게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 협상이 안 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만 선언하면 탄핵에 동참하지 않을 비박계 의원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비상시국위의 또다른 공동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7일까지 대통령이 퇴임 일자를 명시만 하면 그 다음 (탄핵하지 않고 자진 조기 사퇴하는 데) 여야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탄핵에 대한 비박계 내의 이견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놓고도 엿보인다. 비상시국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며칠 전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만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전화해왔다. (나는) 대통령을 만나서 진솔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계의 다른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만나는 건 친박계의 들러리를 서는 것에 불과하고, 비박계 모두가 죽는 길”이라고 반발하며, 대통령 면담에 나서려는 의원들을 만류하고 있다. 비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을 만나는 순간 탄핵안 처리 불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여야 합의를 촉구했던 정치적 명분도 잃게 되고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퇴 일정을 밝히더라도 여야 합의가 어려워 결국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따른 민심의 분노는 모두 비박계에 쏠릴 것이라는 우려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유승민 “야당과 협상 결렬되면 탄핵 동참” 고수
“박 대통령 퇴진 시점 밝혀도
탄핵 참여하는 의원들 있을 것”
비상시국위 상당수 탄핵 부정적
박 대통령 면담도 의견 갈려
기자김진철
- 수정 2016-12-02 21:52
- 등록 2016-12-02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