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이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연 '교과서 국정화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이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연 '교과서 국정화

11일 새누리당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친박근혜계 핵심을 자처하는 이들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진박(진짜 친박)을 밀어달라’는 뜻이라고 의미부여를 하고, 비박근혜계에서는 “친박들이 자기 멋대로 활용하려 한다”고 반발하며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더구나 이날은 친박근혜계 핵심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임식을 하고 여의도로 복귀해, 박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해석 논쟁’과 미묘하게 겹쳤다. ‘관가 친박’으로 불리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김영호 감사위원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남 진주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기준·유일호 장관에 이어 이르면 이번주와 다음달의 2, 3차 개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연내에 당에 복귀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전열을 가다듬고 일사불란한 총선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당내에서는 특히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가 공천 룰 마련과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반적 공천 과정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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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유일호 장관 복귀 이어연내 최경환·황우여 등 당으로측근들 출마 맞물려 파장 증폭친박 “배신의 정치 심판 연장선”비박 “원론적 얘기를 이용하려해”정병국 “상향공천해야 국민이 심판”
박근혜 ‘총선 심판론’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 반응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근혜 ‘총선 심판론’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 반응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선택” 발언은 행정부와 청와대의 고위직 친박 출마자들을 ‘하방’하는 흐름 속에 나온 것이어서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진짜 친박’을 자처하는 친박 인사들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더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진실’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번 ‘배신의 정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6월 국무회의 발언에서 국민들에게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며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을 공표한 것처럼, 이번 발언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을 총선에서 찍어달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친박 핵심 의원은 “거짓말하는 사람 뽑지 말라는 말로, 당연히 맞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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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와 정부 장차관 출신이 대거 도전장을 내민 대구 지역에서는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구는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찍어내기’ 위협으로 위축된 곳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원론적인 발언인데 언론에서 (‘물갈이’ 의도인 것처럼) 과잉해석을 하고 있다”며 “그런 해석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야당이 반발하는 걸 보면 박 대통령 발언은 야당을 겨냥한 걸로 보인다”며 “다만 그걸 자기한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지금 출마하겠다고 나오는 사람들 중에 진짜 ‘박심’을 업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발했다.

수도권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상향식 공천’ 주장으로 되돌려쳤다. 정 의원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진정한 국민 심판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인에 의한 전략공천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경쟁할 때 가능하다”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부터 공천에 개입할 생각을 버리라는 우회적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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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 김남일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