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꼭 6년째가 됐다. 금강산 투자 기업인과 고성군민 등이 ‘관광 재개’를 촉구했지만, 정부는 관광객에 대한 북한의 신변안전 보장 및 유엔 대북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금강산에 투자한 49곳의 기업이 모인 금강산투자기업인협의회(금기협)는 10일과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 청사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시설 투자금 3000억원과 매출 손실 추정액 5300억원 등 1조원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남북 당국자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종흥 금기협 부회장은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북한은 일본과 화해하고 자체적으로 관광 특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금방 재개하려 하는 정부가 금강산은 왜 계속 막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일 강원도 고성군청 앞에서도 이 지역 건어물 가게 사장인 이종복(55)씨가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사장은 2006년 2억원을 들여 금강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건어물 가게를 인수했다가 관광 중단으로 1년 반만에 개점 휴업을 해야했다. 1인 시위가 처음이라는 이 사장은 “관광이 다시 시작되기만 기다리다가 6년이 지났고, 지금은 빚만 잔뜩 떠안고 있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오늘은 고성군청 앞이지만 앞으로 서울로 가서 통일부와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무엇보다 국민의 신변 안전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또한)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시행 중이라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이런 부분이 유엔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판단이나 입장이 나와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건 이런 관광 재개 조건들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북한이 이미 여러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관광객 신변 안전을 보장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6년동안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유엔 제재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금강산 관광도 정상적인 상업성 거래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흥 부회장은 “유엔 제재는 북한이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할 우려가 큰 경우에만 적용되는 제재”라며 “북한에 들어가는 모든 현금이 다 문제라면,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가는 현금도 똑같은 제재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더라도 정부가 실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 정부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은 정부의 주요 대북 현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내놓은 대북 제안인 ‘드레스덴 구상’에 정부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관광 재개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저런 이유들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