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15공동선언’을 기념해 2001년 이후 남북이 공동개최해 온 민간 분야의 기념행사는 올해도 6년째 따로 치러지게 됐다. 다른 민간 분야의 협력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 당국간 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가교 역할을 해온 민간 분야의 영역조차 정부가 설 자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 남쪽위원회와 북쪽위원회는올해 개성에서 공동행사를 갖기로 합의했지만, 정부는 남쪽 단체의 참가를 불허했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 기조가 또렷해진 2009년부터 이어져 온 것이지만, 올해 통일 관련 단체들이 갖는 불만은 더욱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초 “통일은 대박”이라며 잔뜩 기대를 키워놨지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얘기하고, 독일 드레스덴 가서 연설하면 뭐 하나? 올해도 하나 다를 게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민간교류 부문에서도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못한 상황이다. 올해 3월 발간된 <통일백서>를 보면, 통일부가 승인해 이뤄진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규모는 2013년 51억원이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해(2007년)인 909억원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지난해 지원규모만 보면, 이명박 정부 때의 연평균 지원액(310억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5·24 조치(2010년)로 북한과 교류·협력이 금지된 2011년과 2012년에도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은 131억원과 118억원에 이르렀다. 남북간 왕래인원도 이명박 정부 시절 12만~18만명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는 7만6000여명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통일부는 ‘착시현상’이라고 말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중단돼, 8월 이후에야 본격적인 대북지원이 이뤄졌다”며 “6개월 정도의 공백 때문에 액수나 교류인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쪽은 특별한 마찰이 없었던 올해 대북 지원이 21억원에 머무는 부분을 들며, 이를 반박한다.
남북 교류 분야에서 변화 조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4일 통일부는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남북간 농업교류 사업을 승인했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북한에 3300만원어치 딸기 모종을 보내 넉달 동안 키워 다시 들여오는 이른바 ‘통일 딸기’ 사업이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대북 민간지원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정책기조가 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승환 6·15공동선언실천 남쪽위원회 정책위원장은 “최소한 영아나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명분이 분명하다면 밀가루 지원 같은 게 허용돼야 하지만 지금은 밀가루 뿐만 아니라 분유 지원까지 이유없이 거부 당하고 있다”며 “정부가 남북 민간교류를 완전히 통제하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