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사장이 자신의 프랜차이즈 상표인 ‘맛대로촌닭’ 디자인 시안 앞에 서 있다. 한때 지점이 150여곳에 달했지만 대북 투자 실패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탓에 사세가 기울어 몇 곳 남지 않았다. 최현준 기자
최원호 사장이 자신의 프랜차이즈 상표인 ‘맛대로촌닭’ 디자인 시안 앞에 서 있다. 한때 지점이 150여곳에 달했지만 대북 투자 실패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탓에 사세가 기울어 몇 곳 남지 않았다. 최현준 기자

“작은 치킨집 하나 지켜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하고 대박을 낸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최원호(55) 사장은 한때 100여곳이 넘는 지점을 거느린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의 대표였다. 그는 2007년 평양에 북쪽 최초의 튀김닭 가게를 열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북쪽과의 교류가 가로막히면서 사업 전반에 위기를 맞았다. 현재는 서울 강서구에 치킨가게를 한 곳만 운영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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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최 사장은, 최근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고 합의한 것에 대해 “조금 기대를 하게 된다”면서도 “정부가 남북경협 기업들에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한 ‘통일대박’에 대해서도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의심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이루고, 대박을 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 사장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의심하는 것은 북쪽과 경협사업을 하다 실패한 경험 탓이다. 스스로는 통일 학습 비용을 미리 치른 것이라고 하지만, 대북 경협의 실패는 그의 사업 역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본인의 의지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의해 좌초된 것이어서 더욱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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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2005년 닭고기 수입을 타진하기 위해 북쪽에 처음 들어갔다가 아예 남쪽식 치킨집을 차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지만, 최 사장은 “평양에 가보니 돈이 보였다”고 했다. 남북간 경제협력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정치적 위험도 크지 않다고 봤다.

북쪽 파트너를 찾고 수차례 평양을 오가던 최 사장은 2007년 6월 평양 모란봉구역 개선문동 북새거리에 남한식 치킨집 ‘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을 열었다. 북쪽 파트너가 건물과 인력을 대고, 최 사장은 식당 인테리어와 식재료, 조리법, 운영시스템 등을 맡았다. 총 5억원을 투자했고 수익금의 70%를 받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 <엔에이치케이>(NHK) 등 외신은 물론 남쪽 언론도 그의 사업을 소개하는 등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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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 초반 닭 한 마리를 남쪽 돈 1만2000원에 해당하는 높은 가격에 팔았는데도 장사가 잘 됐다. 북쪽 상류층과 중국인들이 주 고객이었다. 한해 1억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 사장은 “북쪽에 체인점을 100개까지 늘려 볼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 문을 연 지 1년이 되지 않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10년 동안의 대북 교류·협력 정책을 뒤집어 엎고 대북 봉쇄와 제재 정책으로 돌아섰다. 최 사장은 “국가간 약속이 있는데 설마 완전히 뒤집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실제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서서히 남북 교류가 막히기 시작했다. 최 사장도 그해 3월 남포를 통해 요리 재료를 올려보낸 것을 끝으로 교류가 막혔다. 수익금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2010년에는 이른바 ‘5·24 조처’가 발표됐다. 그해 3월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북쪽과의 교류와 경제 협력을 전면 중단시킨 것이다. 최 사장은 “5·24 조처는 쐐기를 박는 것에 불과했다. 이미 그 이전부터 경협이 상당 부분 막혀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4년여 동안 최 사장은 북쪽에 들어가지 못했다. 식당은 최 사장의 지원이 끊긴 뒤 닭 전문 식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여러 음식을 파는 일반 식당으로 변했다. 최 사장의 사업도 기울기 시작했다. “집과 건물을 담보로 잡혀 북쪽에 투자할 5억원을 빌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다. 국내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사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했다. 그는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이나 2007년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정부가 바뀌었다고 뒤집지는 않지 않느냐.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적어도 경제 분야만이라도 그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최 사장의 생각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남북경협을 하다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해 지원을 한 것은 두 차례의 저금리 대출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신용등급과 담보 등으로 제한을 둬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전체 피해 기업의 10~20%에 불과하다. 최 사장은 “국가의 정책 결정으로 개인에게 피해를 줬다면 보상을 하는 것이 순리 아니냐. 정부는 남북경협 기업을 두번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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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10여년 새 급속도로 관계 진전을 이룬 중국과 대만을 예로 들며 “제대로 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국과 대만은 우리만큼 앙숙이었고 지금도 정치적으로는 적대 관계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문을 열었고 한해 수백만명이 오가고 수백억달러를 거래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것이 바로 통일대박 아니냐”고 물었다.

최 사장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없는 사람이 자존심은 세다. 북한에 신뢰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신뢰를 보여줘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