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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사회의 상식에 입각한 시각을 조망하기 위해 <한겨레>는 1일 인권운동계·학계·법조계 등 여러 분야에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 8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이번 수사가 국정원의 국면전환용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이석기 녹취록’에 기록된 발언들 역시 비상식·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이석기 의원 등의 혐의가 사실이라 해도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등 정당한 진보·시민운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견을 준 이들은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민경우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병직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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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의도적 노림수 대선 개입으로 개혁 몰리자 ‘촛불’ 힘빼려는 의도 엿보여 내란음모 혐의 적용 ‘무리수’ 오래된 수사, 공개시점 묘해위험한 대북관과 현실인식 시설 폭파는 인명피해 동반 비상식적이고 위험한 발상 소수 시대착오적 집단 문제 진보진영서 미리 정리했어야정당한 시민운동 위축 우려 이번 수사로 사회갈등 커져 실제발언 공개·수사협조 등 진보당 책임있는 자세 필요 국정원 개혁도 계속 진행을

■ 국정원, 대선개입에 내란음모 수사로 국면전환 국정원이 대선개입으로 개혁에 대한 압박을 받자 국면전환용으로 ‘내란음모 수사’를 꺼내들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조국 교수는 “국정원 개혁과 선거개입 문제가 정국의 핵심인데 그걸 뒤집는 사건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사실 확정이 안 된 채 공방이 벌어지면서 국정원 개혁 문제가 묻힐 수 있다. (국정원이) 오래 수사했다면서 왜 지금 시점에 공개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차병직 변호사도 “국정원이 갑자기 내란음모라며 공개수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조기에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내란음모죄 적용은 어려우리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차병직 변호사는 “적어도 국정원이 확보했다는 녹취록으로만 보면 내란이나 내란음모에 해당하는지 의심스럽다. 기소가 불가능하거나 무죄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민경우 전 사무처장은 “(내란음모 수사는) 국정원의 무리수로 본다. 13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런(내란 모의) 이야기를 했다는 건 상식 이하의 일이다. 분위기에 취해 과격한 발언을 했을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모의했거나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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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절하고 위험한 대북관과 현실인식 이들은 국정원 비판과 별개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북한에 대한 태도와 한반도 정세 인식이 국민 상식과 먼데다 진보적 가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녹취록이 조작이 아닌 한 (이석기 의원의 5월 모임) 참석자들은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선 일탈을 한 것이다. 공당의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그런 논의를 했다는 건 보호할 수 없는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 국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다. 시설 폭파는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참가자들은) 아무 떨림도 없다. 1980년대에 실제로 물리력을 동원해 통일해야 한다는 운동세력이 있었지만 이는 당시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구체적인 폭력집단과 광주 시민 학살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주’라는 가치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되냐”고 되물었다. 이런 역사인식과 대북관이 반전·평화라는 인권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박래군 소장도 “(녹취록 발언은) 현역 의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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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녹취록이 사실이라는 가정 아래, “녹취록 내용은 과거에 대학생들이 엠티 가서 말하던 식의 노선이 그대로 나온 것”(이택광 교수), “편향된 극소수의 영향력 없는 그룹의 장애와 같은 기형적 사고방식”(김창수 정책실장)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 수구세력과 공존해온 ‘낡은 진보’ 이런 사태를 빚기까지 진보진영 내부에 자정작용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거듭 제기됐다. 민경우 전 사무처장은 “건전한 진보세력이 육성되면서 밀어냈어야 할 세력인데 그러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다. 진보진영에서 자정능력이 없어 소수의 시대착오적 집단이 진보정당이라는 진보세력의 거점을 대중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진보가 이런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이석기 의원 등의 국회 진출 계기가 만들어졌다. 범진보세력이 모호한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수구세력이 시대착오적 소수 세력과 공존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가보안법을 통해 사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해 이석기 의원 부류의 낡은 세력이 명분을 얻고, 수구세력은 다시 ‘낡은 진보’를 공격해 명분을 쌓는다는 의미다. 이택광 교수는 “국가보안법의 수혜자는 국정원과 통합진보당이다. 통진당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힘을 얻고, 통진당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살 수 있다. 적대적인 것 같지만 공존한다. 그 과정에서 위협받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다”라고 지적했다. 김창수 정책실장은 “이런 세력의 불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내란음모 혐의의 부당함으로 몰면 초점이 ‘국정원의 잘못된 수사’에 맞춰지게 돼 소수 세력의 입지를 다져주게 된다”고 말했다.

‘낡은 진보’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도 언급됐다. 김근식 교수는 “현실의 변화, 국제정세 변화, 국민의식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갖고 비밀리에 회합해서 시대착오적인 노선 등을 스스로 정당화하는 폐쇄적 자기 정당화”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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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실체 밝히되 국정원 개혁은 그대로 진행해야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가 정당한 진보·시민운동에 걸림돌이 될 것을 모두들 우려했다. 김창수 정책실장은 “(내란음모 수사는)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다. 국정원·검찰의 수사 발표 등을 갖고 수구세력들은 촛불집회에 찾아가 ‘맞불집회’를 하고 사회적으로 갈등을 야기시키고 10월 재보궐선거까지 계속 끌고 갈 것”이라며 “아주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군 소장은 “‘이석기 녹취록’에 담긴 주장은, 말하는 거야 할 수 있다고 옹호할 수 있지만 입장이 옳으냐로 가면 어려워진다. 진보운동에 미칠 타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정원 개혁 요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진보당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근식 교수는 “이석기 의원 등이 녹취록에 나온 발언을 한 게 맞다면 국민 앞에서 사죄하고 그런 부분에서는 도려내야 한다. 수사에도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여권이나 국정원이 물타기 한 것은 분명하니까 그것은 그것대로 대응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국정원이든 통진당이든 공개해야 한다. 이는 물론 법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 요구를 무마하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잘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법정에서 진실을 다퉈야 한다”며 “(이번 수사가)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리라는 걱정은 있지만, 범죄를 구성할 혐의가 보이는 상황에서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희석 등의 우려를 이유로 ‘수사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최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직 변호사는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형사처벌보다)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제명을 하거나 징계를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나무 박현철 정환봉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