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취임 뒤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 산하기관과 공공기관 수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예산 낭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 규명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세종홀에서 열린 국무회의 머리 발언에서 “정부에게 주어진 여러 막중한 과제를 잘 해내려면 인사가 중요하다. 앞으로 각 부처 산하 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던 기관장들을 박근혜 정부의 사람들로 대거 교체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당선 직후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민들과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는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낙하산·코드 인사를 비판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전문성과 국정 철학을 갖춘 인사’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낙하산 인사’나 ‘코드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4대강 사업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국회에서 4대강 수질개선사업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 앞으로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감사요구안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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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복지공약 실천 재원과 관련해서도 ‘증세’에는 분명히 선을 그은 반면, 탈세 근절에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복지공약 실천 재원을 놓고 ‘예산 부족으로 어렵다’, ‘증세를 해야 한다’ 하는 등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재원 확보를 위해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투자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이른바 ‘작전세력’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오전에 청와대에서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 등 청문회를 거친 장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는 12일엔 40명의 청와대 비서관 인사를 최종 발표하고, 13일엔 차관급 인사, 14일엔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외청장급 인사를 할 계획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