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7일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의 ‘불출마 협박’ 폭로 기자회견의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금 변호사와 ‘협박 전화’의 당사자인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사적인 대화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 변호사는 “친구 사이에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친구 사이의 대화가 협박이냐”라고 반박했다.

전날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던 정 공보위원은 이날도 “태섭이와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금 변호사가) 친한 친구가 아니고, 1년 동안 통화도 안 했다고 하니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다”며 금 변호사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8~9월 사이에 서너 차례 전화통화도 했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도 있다”며 지난 8월28일 오전 8시53분 자신이 금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안철수교수님 오셔서 1시간 정도 강의 가능하겠니?”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금 변호사에게 답장은 없었고, 전화가 걸려와 통화를 했다”며 “‘민주당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박근혜 후보를 오라고 하면 가겠냐. 원외 당협위원장은 격에도 안 맞다’고 태섭이한테 타박을 들었다”고 말했다.

‘불출마 협박설’로 불똥이 튄 박근혜 후보와 캠프 쪽도, 금 변호사가 안 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친구까지 팔았다는 식의 ‘배신론’ 프레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어제 뉴스 보니, 서로 오랜 친구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그런 걸 이렇게까지 확대해석하는 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전날 발언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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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 원장 쪽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새누리당의 대선 불출마 협박이라며 무분별한 폭로전이나 조직적 사찰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 위원이) 처음부터 안부 인사도 없이 ‘안철수 잘 아느냐’,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안철수에게 전할 수 있겠느냐’라면서 7분간 이야기를 했다”며 “(정 위원이)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아무 근거 없이 터뜨리겠다고 한 것은 협박”이라고 말했다. 또 정 위원이 금 변호사에게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며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정 위원은 2002년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산업은행과 벤처회사들의 투자 관련 수사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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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강조하는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위원의 ‘26년 우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안 원장 쪽은 이번 사건이 본질을 벗어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안 원장의 공보담당인 유민영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밝히고 조처할 일로 더 새롭게 말할 것은 없다”며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조혜정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