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출범 6개월째부터 터져
인수위·청 보좌진까지 구속
최시중·박영준·신재민…
임기말 되며 권력 핵심으로
“수사기관 장악 자만의 결과”
‘일만 잘하면…’ 인식도 문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 말에 접어든 이 대통령이 느닷없이 2002년 ‘대선자금’ 사례와 견주며 노무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대선 무렵에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이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측근·친인척 비리는 정권 초부터 터져나왔다. 첫 테이프는 이 대통령의 사촌 처형 김옥희(78)씨가 끊었다. 김씨는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2~3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원을 챙겨 2008년 8월 구속됐다.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불거진 친인척 비리였다. 3개월 뒤인 2008년 11월에는 강경호(66) 코레일 사장이 “강원랜드 레저산업본부장 자리에 유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강 전 사장은 현대그룹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지하철 사장을 지낸 측근이다. 강 전 사장은 2010년 12월엔 이 대통령의 차명소유 회사로 의심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대표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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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들어서는 ‘4대강 전도사’였던 추부길(56)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50년 된 이 대통령의 친구로, 고려대 교우회장을 연임해가며 권세를 자랑하던 천신일(69) 세중나모 회장은 각종 청탁과 함께 기업체 대표로부터 47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12월 구속됐다.

지난해 초부터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권 핵심에 포진해 있던 이 대통령 측근들의 금품수수가 드러났다. 공사장 밥집 운영 이권을 둘러싼 이른바 ‘함바 비리’ 사건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감찰을 맡고 있던 배건기(54) 감찰팀장이 2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의혹 사건에서는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비비케이(BBK) 대책팀장으로 공을 세웠던 은진수(51)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정권 출범 뒤 줄곧 이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보좌했던 김두우(55) 홍보수석비서관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73) 전 케이티앤지(KT&G)복지재단 이사장도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4억여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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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에 이르면서 구치소로 향하는 이 대통령 측근들의 ‘급’도 높아졌다. 신재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1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왕차관’으로 불리며 ‘차관 정치’의 대표주자였던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파이시티 등 건설업체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 대통령의 멘토였던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은 모두 8억원이다. 박 전 차관과 최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시점이 2007년 대선 무렵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 측근 비리는 반복돼왔지만 이명박 정권의 비리는 일찌감치 터져나왔다는 특징이 있다. 이미 기소된 주요 측근·친인척만 18명에 이른다. 이상득 전 의원은 19번째로, 기나긴 측근·친인척 비리 행렬의 정점을 찍은 셈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정권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을 장악했기 때문에 걸려도 청탁을 넣으면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자만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측근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내곡동 사저 사건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삼국지>에 보면 부하들이 모두 자신을 닮은 주군을 모시지 않았느냐”며 “일만 잘하면 도덕적 흠결은 문제없다는 이 대통령 탓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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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