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7일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 파문을 놓고 ‘특검’ 공방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은 안기부 도청테이프의 녹취록 요약본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대목이 일부 누락됐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도청 파문이 맹백한 정치공작임이 드러났다”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삼성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도록 당 정책위에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발언은 김대중씨가 한 것인데도, 이회창 전 총재가 한 것처럼 (보도)됐다”며 “즉각 특검으로 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회의 참석자들이 ‘내용 누락에 현 정권이 개입된 게 아니냐’며 분개했다”고 전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과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도청 테이프의 존재를 알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점과, 도청 테이프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여부 등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의 ‘삼성 불법 정치자금 및 안기부 불법도청 특별대책위’ 위원장인 노회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자체적으로 마련한 특검 법안을 소개한 뒤 “야당 공조를 통해 특검 도입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불법도청의 당사자인 검찰과 국정원이 제대로 조사할 리가 없으므로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불법도청 ‘4대 의혹’을 제기하며 한나라당에 맞불을 놓았다. 문희상 의장은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청 테이프 사건 처리의) 수순은 엄정한 검찰 수사가 먼저이고, 미진하면 특검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지난 1994년 정형근 당시 안기부 차장(현 한나라당 의원)의 ‘미림팀’ 재건 의혹 △미림팀의 불법도청 자료 전달 및 사용의 실체 △고흥길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들의 불법 대선자금 전달 의혹 △안기부 퇴직 직원 모임인 ‘국사모’와 한나라당의 유착관계 및 ‘물타기’ 공작음모 등 ‘4대 의혹’을 제시하면서, “한나라당은 이들 의혹을 스스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황준범 강희철 기자 jaybee@hani.co.kr
특검, 야 “당장하자”-여 “검찰 먼저”
황준범기자
- 수정 2005-07-27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