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우선통보 안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디도스 공격을 받으면서 국가정보원에 우선적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는 자체 대응지침을 무시하고, 국정원에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국정원도 공격 사실만 확인해 선관위에 통보했을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중앙선관위의 ‘디도스 공격 대응지침’과 대응 현황을 보면, 선관위는 10월26일 새벽 5시50분에 누리집(홈페이지) 접속 장애를 처음 확인했다. 그리고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KISA)와 통신업체(케이티와 유플러스)에만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 대응지침엔 디도스 공격이 발생하면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NCSC)에 최우선적으로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는 새벽 6시15분께 선관위 접속 장애를 확인하고 선관위와 행정안전부에 통보했다. 선관위는 국정원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고도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고, 국정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는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 발원지의 인터넷주소(IP), 유형, 횟수, 경유지 등을 24시간 감시하고 대응하는 기관이다.
국정원은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으로, 헌법기관의 경우 별도의 협조 요청이 없으면 선제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선거자료 등이 국정원에 가면 또다른 의혹 제기도 가능해지는 상황이 될 것 아니냐. 헌법기관의 민감성 때문에 국정원이 아닌 케이티(KT) 쪽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면 관련 로그파일 등 기록이 모두 국정원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강기정 의원은 “디도스 사태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선관위와 국정원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태희 손원제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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