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포항 인사’들과 줄을 대고자 한 흔적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그림로비 의혹으로 불거진 한 청장의 인사 청탁 파문이 권력 핵심과 연결된 정치권으로까지 번질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청와대·국세청·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청장은 지난해 12월25일 경주와 대구에서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 최영우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포항지역 기업인들, 이 대통령 동서 신기옥씨, 이 대통령 친구인 정영식 효성병원 명예원장 등과 골프를 치거나 저녁식사 등을 함께 하며 어울렸다. 이들은 모두 이 대통령,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로 알려졌으며, 이 시기는 국세청을 비롯한 권력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와 개각설이 나돌던 때다.
이상득 의원 쪽은 한 청장과 관련한 인사청탁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 의원 쪽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아주 곤혹스러워한다”며 “이 의원은 인사 민원이 들어오면, ‘이 사람들아, 안 그래도 만사형통(모든 일이 형님한테로 가면 해결된다) 얘기 나오는데, 내가 그걸 들어주면 어떻게 되겠냐’고 강하게 물리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상득 의원 쪽으로 줄을 대어야 요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세간의 말을 상당 부분 뒷받침하는 첫 사례로 보인다. 한 청장이 이상득 의원과 통할 인맥들과 어울릴 수 있는 지방 일정을 일부러 만든 것 자체가, ‘누구를 찾아가야 문제가 풀리는지’를 나름으로 꿰뚫어본 결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노무현 정부 당시 노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한테 청탁이 몰렸던 사례를 연상시킨다. 당시 노건평씨한테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인사청탁을 했다는 시비가 제기됐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은 “별볼일없는 시골 사람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라고 의미를 낮췄으나, 노건평씨는 그 뒤 세종증권 매각 개입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
야권은 정권의 비정상적 로비·청탁 구조 문제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한상률 국세청장이 정권 실세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있는가 하면, 정권 실세에게 줄서기 위해 애쓴 흔적 때문에 청와대의 주의조처도 받았다고 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친이명박계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이나 이상득 의원과 직접 관련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자꾸 포항 문제가 불거지고, 인사청탁 문제로 들썩이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이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국세청장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청장은 파다 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사안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른다. 불똥 안 튀게 하는 게 급선무”라며 파문 확산 가능성을 경계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권태호 기자, 대구/박영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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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도 머리 조아린 ‘포항의 힘’
한상률 청장, 이상득의원 지인들과 어울려
‘형 통해야’ 세간 ‘만사형통’ 논란 수면위로
- 수정 2009-01-14 19:11
- 등록 2009-01-14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