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14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문건이 공개돼,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부산시 건설방재국이 주관한 ‘낙동강 하구 하천관련 사업장 선정계획 자문회의’에 자료로 제출한 문건을 보면, 정부는 ‘4대강 물길 잇기 및 수계 정비 사업’에 내년부터 2012년까지 14조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예산은 치수 사업을 총괄하는 국토부가 8조8430억원, 농수산식품부 3조9천억원, 지자체 4297억원, 민자 9600여억원 등이다.
12쪽 분량의 이 문건에는 △물길 정비 △배수갑문 증설 △제방 보강 △하천 환경 정비 등 9개 사업에 14조1418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문건은 또 “정부 예산뿐만 아니라 지방비, 민간 투자 및 기금 등 사용 가능한 재원을 폭넓게 활용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며, 물길 정비 사업에 2조6천억원, 제방 보강에 1조7천억원을 배정했다. 물길 정비는 강의 양쪽 제방을 보강하고 수심 확보를 위해 강바닥을 파내는 작업으로, 운하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준설 사업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하천을 중심으로 강변에 수변도시와 택지 개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반도 대운하의 터미널·내륙도시 건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업비 14조원 중 낙동강에 6조1802억원의 예산이 집중 배정돼 있는 점도 그동안 대운하의 출발지로 낙동강이 거론돼온 점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경부운하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낙동강 운하 선착수론’이 제기돼 왔으며, 실제로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한나라당 소속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지난 12일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조속히 시행하라”는 대정부 건의문을 국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권진봉 수자원실장은 26일 “국토부 예산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홍수 방지 등 4대강 치수사업에 이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한 것”이라며 “이 문건은 4대강 유역 종합치수계획으로, 운하와는 전혀 별개의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