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요즘 ‘영어교육 전도사’ 같다. 30일 열린 영어 공교육 공청회에서도 유감없이 그런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공청회 들머리 발언에서 “10년 뒤 아시아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는 이미 세계 공용어 가운데 하나이며 인터넷 정보의 90%가 영어로 돼 있다. 영어교육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영어 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며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을 수정·보완하는 준비도 해야 하는데, 법을 바꿔야 해 당장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라고 했더니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썼더라.(f와 p 발음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썼다는 의미) 미국에 가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오린지라고 하니(l과 r 발음을 달리했더니) 알아듣더라”고 경험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 쪽은 공청회 뒤에 “발음 교육에 대한 복안을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답변했던 것”이라며 “이 위원장의 평소 소신이긴 하지만 위원회의 공식 견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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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또 “(영어 공교육을 받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단어 활용 개수에 따라 도서목록을 만들고, 탐구 보고서 등을 쓰면 교육이 더 활성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시 인수위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영어 몰입교육에 관해 “해야 한다”는 뜻을 보여 ‘너무 나갔다’는 비판을 샀다.

이 위원장의 영어교육에 대한 신념은 숙명여대 총장 시절부터 확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1995년 영어 말하기·쓰기 시험을 만들어 2001년도 신입생부터는 졸업 때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했고, 97년엔 ‘사설 영어교육 자격과정’인 테솔(TESOL)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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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안에서도 이 위원장의 ‘영어 몰입’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읽힌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영어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위원장은 밑바닥의 심각한 현실보다는 공급자 중심에서 과욕을 부리고 있다”며 “한쪽 의견만 듣는 공청회를 연 것이나 추진 일정을 서두르는 것 등 모두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이 앞장서니 밑에서는 다른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당선인의 한 측근도 “영어교육 개편을 위한 ‘준비’ 작업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서둘러 ‘시행’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혼란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