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따라 정치권 ‘일희일비’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과 무관하다는 검찰의 5일 수사결과 발표로 김경준씨 송환 이후 20일간 이어진 `BBK 공방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20일을 돌이켜보면 처음엔 김씨의 `이면계약서' 제시로 이 후보 쪽이 위기에 처하는 듯 했지만 홍종국 전 e캐피탈 대표가 이를 반박하는 주장을 펴고 나서면서 다시 김씨가 수세에 몰리는 등 롤러코스터식의 극적 반전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BBK 사건'을 놓고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벌이던 여야 정치권도 일희일비해야 했다.
◇ 김경준의 공세로 시작된 `진실게임' = 예상과 달리 여유 있는 웃음까지 띠어가며 입국한 김씨 측은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선제 공세에 나섰다.
송환 다음날인 11월 17일 김씨가 내뱉은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갖고 온 게 있다"는 단 한 마디에 정치권은 크게 출렁였고 부인 이보라씨가 21일 LA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서 사본을 공개하자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다.
이어 김씨 어머니 김영애(71)씨가 11월 23일 입국해 이면계약서 원본을 검찰에 제출하고 문서감정이 본격 시작되면서 `BBK 공방'을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까지 꾸린 대통합민주신당은 때를 놓칠세라 이 후보가 연루된 정황 자료들을 내 놓는 등 연일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갔다.
◇ 침묵하던 홍종국이 `소방수' = 수세에 몰린 이 후보 측의 숨통을 트이게 해 준 것은 뜻밖에도 BBK 투자자문의 초기 투자가인 홍종국 전 e캐피탈 대표였다.
BBK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잠잠히 있던 홍 전 대표는 11월 29일부터 여러 언론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1999년 9월 BBK에 30억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절반을 한두 달 뒤 김씨에게 판 뒤 나머지는 2000년 2월 28일 이후 김씨에게 넘겼다.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후보가 2000년 2월 21일 자신이 갖고 있던 BBK 주식 전체를 LKe뱅크에 팔았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는 성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색한 한나라당은 "그 동안 제기됐던 후보에 대한 의혹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신당의 특검법 발의는 검찰 협박이자 국민 우롱이다"라고 수세에서 공세로 돌아선 반면, 신당은 "홍종국씨가 난데없이 거짓말을 해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게다가 `BBK 수사결과 발표를 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11월 30일부터는 대세를 감지한 듯 이 후보 지지 유세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저울추가 확실히 이 후보에 기운 게 아니냐는 관측은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다. ◇ `검찰 회유' 메모 파문 = 하지만 수사결과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둔 4일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내용의 김씨 자필 메모가 공개되면서 꺼진 듯한 불씨에 다시 기름이 부어진 형국이 됐다. 검찰 수사결과의 신뢰성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내용이기에 파장은 컸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즉각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나섰다. 신당 의원 30여명은 이날 저녁 검찰청사 앞에까지 몰려와 김경준씨를 면담하게 해 진상을 파악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검찰도 수사결과의 신빙성과 관련된 파장을 우려한 듯 이례적으로 즉각 진화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는 철저하게 적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조사 때마다 변호사가 입회했으며 조사 과정이 영상녹화돼 있다"고 일축하며 "수사 후에 검사들의 개인적 명예에 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성 발언도 쏟아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5일 검찰은 이 후보에게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BBK 공방 드라마'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에리카 김이 6일 LA에서 반박 브리핑을 열 예정인데다 신당도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커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서울=연합뉴스)
BBK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잠잠히 있던 홍 전 대표는 11월 29일부터 여러 언론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1999년 9월 BBK에 30억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절반을 한두 달 뒤 김씨에게 판 뒤 나머지는 2000년 2월 28일 이후 김씨에게 넘겼다.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후보가 2000년 2월 21일 자신이 갖고 있던 BBK 주식 전체를 LKe뱅크에 팔았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는 성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색한 한나라당은 "그 동안 제기됐던 후보에 대한 의혹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신당의 특검법 발의는 검찰 협박이자 국민 우롱이다"라고 수세에서 공세로 돌아선 반면, 신당은 "홍종국씨가 난데없이 거짓말을 해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게다가 `BBK 수사결과 발표를 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11월 30일부터는 대세를 감지한 듯 이 후보 지지 유세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저울추가 확실히 이 후보에 기운 게 아니냐는 관측은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다. ◇ `검찰 회유' 메모 파문 = 하지만 수사결과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둔 4일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내용의 김씨 자필 메모가 공개되면서 꺼진 듯한 불씨에 다시 기름이 부어진 형국이 됐다. 검찰 수사결과의 신뢰성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내용이기에 파장은 컸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즉각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나섰다. 신당 의원 30여명은 이날 저녁 검찰청사 앞에까지 몰려와 김경준씨를 면담하게 해 진상을 파악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검찰도 수사결과의 신빙성과 관련된 파장을 우려한 듯 이례적으로 즉각 진화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는 철저하게 적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조사 때마다 변호사가 입회했으며 조사 과정이 영상녹화돼 있다"고 일축하며 "수사 후에 검사들의 개인적 명예에 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성 발언도 쏟아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5일 검찰은 이 후보에게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BBK 공방 드라마'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에리카 김이 6일 LA에서 반박 브리핑을 열 예정인데다 신당도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커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