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자론은 한미동맹이 기본 토대”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동북아 문제를 거론하면서 또 다시 `동북아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외교통상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 외교는 동북아 질서를 평화와 번영의 질서로 만들기 위해 역내 갈등과 충돌이 재연되지 않도록 균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노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파한 것은 비단 이날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월말 취임 2주년 국정연설과 지난달 22일 3사 졸업식 등 공식 연설에서 4차례나 언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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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나 대내외적 환경을 감안할 때 결코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이라는 새로운 외교적 개념제시를 통해 시시각각 급변하는국제적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게 아니냐는 분석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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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균형자론'은 엄밀히 말해 미국의 세계경영 전략에 따른 동북아 질서 재편 구상과 여기에 편승한 일본의 동북아 패권추구 전략,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결구도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새 안보구상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한국이 미.일과 중.러의 대결에 종속변수가 되지 않고 자주적 외교노선을 개척해 나가는 독립변수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국가안보회의(NSC)는 "평화의 균형자이며 새로운 동북아시대를 여는 참여정부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날 간담회에서 "한.중.일 3국은 동북아의 공동번영을 성취해가기 위한 숙명적 동반자로서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만들어낼 책무가 있고, 이런새 질서를 열어나가기 위해 한.중.일 관계도 냉전기 진영외교와 상호 대결의 틀에서벗어나 열려있는 안보협력으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과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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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북아는 미.일이 중.러를 견제하기 위해 혈맹을 강화하고 있고, 동시에미.일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한국이 미.일에 치우친 외교의 틀에 더이상 갇혀 있어서는 안되고, 미.일과 북.중.러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가 이날 "균형은 참여정부의 중요한 외교안보 가치"라고 개념정리함으로써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독도 영유권 분쟁과 일 교과서 왜곡 등과 관련해 대일 외교전을 펼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21세기 유일 초강국인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의 패권주의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그러나 동북아 패권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볼 때 동북아의 안보불안 요인은 중일간 패권경쟁이었고,지금도 그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 상황에서 중일이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지않도록 우리가 조정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족의 존망이 걸린 북핵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남북한과 중일 3자간 화합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에서 중국을 적대적으로 보거나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보는 기존의 냉전적 시각과 편견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따라서 한.미.일 3각동맹이라는 표현은 지나친 것이며, 우리가 북한과 중.일을포함한 통합적 구도를 만들고 여기에 미.러가 동참하하는 이른바 6자구도를 만들어가는게 우리의 전략적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최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미국이 동북아의 대결적 구도를 전제하고 한국에게 그 한편에 가담하라는 것은 한국의 이해에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한미동맹 유지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이날 분명히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석상에서 "한미 동맹을 확고히 견지해 나가는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한미동맹을 토대로 협력과 통합의 동북아질서 구축을위해 외교부가 전략적인 안목과 방향성을 갖고 정책을 주도해 나가달라"고 당부까지했다.

이는 물론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는게 아니냐" "국력이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무슨 균형론이냐" "힘없는 독자행보는 국제적 왕따를 면하기힘들 것"이라는 등의 비판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우려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잘못된 얘기"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토대로 균형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판단"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 결국 `동북아 균형자론'은 중국과 일본이 동북아 패권을 쟁취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한국이 세력균형자의 역할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우리 안보 패러다임의 중대 변화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