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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김해공항에 도착해 조현 외교부 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해공항/신화 연합뉴스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김해공항에 도착해 조현 외교부 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해공항/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군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낡고 기동성이 훨씬 떨어지는 디젤 추진 잠수함 대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적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주면 좋겠다”고 공개 요청한 것에 화답한 것이다. 중국은 즉각 경계심을 드러내며 “핵 확산 방지 의무를 이행”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묘한 변수를 어떻게 관리할지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해야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걷고, 방어적 국방 정책과 선린 우호의 외교 정책을 수행하며, 시종일관 지역 평화와 안녕을 수호하는 튼튼한 기둥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려면 핵연료 수출 통제 기구인 핵공급국그룹(NSG)을 주도하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핵확산방지조약(NPT) 위반이 아니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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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낸 메시지는 두가지다. 하나는 핵 비확산 의무 이행, 또 하나는 ‘지역의 평화 안정 촉진’이다.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가 핵확산방지조약 위반이 될 수 있고, 역내의 군사적 긴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깊숙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미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핵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이 ‘중국 쪽’을 언급한 것은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중국으로선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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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궈 대변인이 이날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희망한다’ 등 완곡한 표현을 쓴 것은 시 주석의 국빈 방한과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악화시키지 않고 이 문제를 논의해보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중국은 ‘비확산’ 원칙을 들면서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에서 완전히 미국 편에 서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며 “중국을 향해선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가 대북 억지용임을 명확히 하고, 국내적으로는 핵무장론이나 잠재적 핵능력 주장 등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장예지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