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둔 26일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변경)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다른 연금과의 관계 재설정)을 추진하자”고 여야에 제안했다. 연금개혁 방향을 두고 여야 간 막판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8개월 동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금 논의에 상당히 많은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17년 만에 찾아온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위(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으나, 현행 40%인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를 주장하며 맞섰다. 국민의힘은 기초연금과의 통합 등 구조개혁을 전제로 소득대체율 44%를 추가로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2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며 연금 개편안 처리를 거듭 요구했다.
김 의장은 보험료율 합의를 두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어려운 합의를 했는데 이 기회를 살리지 않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헌법상의 의무를 해태하는 거다.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로 조정하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22대 국회에서 동시 처리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구조개혁은 이해관계가 한층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통계적 검증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른 정치적 이유로 연금개혁을 못 하게 하려는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연금 개편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27일에도, 29일에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제안에 국민의힘이 ‘28일 본회의 때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명분 쌓기’라고 반발한 것을 고려한 제안이다.
여당은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난 세월 연금개혁에 손놓고 있던 민주당이 갑자기 21대 국회 종료를 3일 남겨둔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하자고 한다”며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며 첫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여야 간 수치에 대한 의견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서 연금 개혁안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