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지원해야 한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소개한 영자 신문 인터뷰 보도에 대해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번역이라고 주장했다. 신 장관의 발언 이후 한국과 러시아 외교부가 거친 설전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뒤 한-러 관계 관리를 위해 신 장관이 해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면 지원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번역이고, 앞 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단어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말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지원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마저도 제가 국회의원 당시 했던 주장이었고, 기자가 ‘장관이 된 뒤에도 그 생각이 변함이 없느냐’고 물어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때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월24일 국내 한 영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차원으로만 제한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자유세계 일원으로서 전면 지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지만,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달 26일(현지시각) “우리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언급했고, 외교부는 28일 “한-러 관계의 관리에 있어서는 향후 러시아의 관련 향배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반박했다. 이후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바로 비판했고, 한국 외교부는 지난 2월3일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반박하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신 장관이 ‘당시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에 나선 것은 최근 러시아가 간첩혐의로 한국인을 억류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한-러 관계가 악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신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탄약지원 관련 질문에 “미국이 비축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미국에 수출한 적은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직접 우리가 살상무기를 지원한 적은 없고, 정부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정책은 유효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신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한 의혹이 제기된 ‘부차 학살’은 아직 명백하게 사실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3월말 부차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자국 민간인을 학살하고 퇴각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신 장관은 관련 질문에 “(부차 학살은) 아직 명백하게 사실인 것으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불법 침략을 하는 것, 민간시설에 계속 폭격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그런 행위에 대해서 규탄한다”고 대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7월15일(현지시각) 부차시를 방문, 희생자를 추모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부차 학살에 대해 “러시아 군대가 저지른 잔혹 행위의 상징”이라고 참고 자료를 통해 전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이 국군 파병지가 아닌 전장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연대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부차 방문 의미를 설명했다.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인 신 장관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부차 학살이 아직 명백하게 사실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발언해, 앞으로 러시아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