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 국회로 돌아오면서 여야가 다시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해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며 ‘지연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대통령실이 수용 뜻을 밝힌 특별감찰관과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를 두고도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9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이 이 이슈를 올해 4월 총선까지 가져가려고 하는데, 빨리 재표결을 해서 총선에 미칠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은 9일 본회의 때 (쌍특검법을) 처리할 의사가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는 한 (재표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9일 본회의에 여야 합의 없이 쌍특검법 재의결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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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따라 국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해야 한다. 재의결 땐 통상적인 본회의(재적 과반 출석, 출석 과반 찬성) 때보다 가결 기준이 엄격해, 재적 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전원 출석을 전제하면 199명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지난해 12월28일 특검법 통과에 찬성한 야당 의원(180명)을 제외하면 19표가 더 필요하다.

여야는 모두, 재표결까지 시간을 끌수록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많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표 단속’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처리해 특검법을 폐기하려고 시도하는 반면, 민주당은 최대한 늦게 처리해 특검을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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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민주당은 8일 홍익표 원내대표 주재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두고 법률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가족이 연루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여야는 대통령실이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설치 뜻을 시사한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을 두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가족·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사람의 비위를 감찰하는데, 국회가 후보자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다. 이 자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이후 8년째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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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은 계속 특별감찰관 설치를 요구했으나, 여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동시에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당은 일관되게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함께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의의 초점을 흐리려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까지 끌고 들어오는 것 아닌가.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대통령실의 부정적인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야당은 여당의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태도에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붙이면 안 할 생각이 더 많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당은 대통령실이 들고나온 제2부속실 설치도 ‘정치적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제2부속실 설치와 김건희 특검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 같은데, 양두구육도 정도가 있다. 대통령 부인을 제대로 보좌하는 문제는 대통령실이 알아서 하고, 국민의 요구에 제대로 답하라”고 논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거부권과 관련해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는 “정부 초기부터 요구해온 걸 수용하지 않다가 이제야 설치하는 이유나 배경을 대통령실이 밝혀야 한다. 그동안 제2부속실 없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제서야 필요하다고 보는지 명명백백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