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은 누구나 새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물건을 살 때도 ‘신상’(신상품)에 일단 마음이 끌립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당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입니다.

정당 이름에 처음으로 ‘신’(新) 자나 ‘새’ 자가 붙은 것은 미 군정기인 1946년이었습니다. 조선독립동맹 김두봉 위원장이 연안파 공산주의자들과 함께 ‘조선신민당’을 창당했습니다. 조선노동당과 남로당으로 흡수돼 사라졌습니다.

‘신·새’ 붙었던 한국 정당사

1960년 4·19 혁명 뒤에는 민주당 구파(윤보선·유진산·김영삼 등)가 창당한 ‘신민당’이 있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해산됐습니다. 1966년 민중당에서 갈라져 나온 ‘신한당’이 있었고, 1967년 민중당과 신한당이 다시 합쳐 ‘신민당’을 창당했습니다. 바로 이 당이 우리나라 야당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 유명한 신민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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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대선을 앞두고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대중·김영삼·이철승 세 사람이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습니다. 유신 쿠데타 이후에도 신민당은 박정희 독재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박정희 독재는 김영삼 총재의 총재직을 박탈하고 의원직을 제명했습니다. 신민당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로 해산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두환 정권도 ‘새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박정희 군부와 차별화해서 자신들을 ‘신군부’라고 부른 것을 보면 말입니다.

1985년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는 ‘신한민주당’을 창당했습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양 김씨는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평민당)으로 갈라섰습니다. 김종필 총재는 1987년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1991년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재야와 손을 잡고 당명을 ‘신민주연합당’으로 바꿨습니다. 이른바 꼬마민주당과 신설 합당해서 민주당이 됐습니다. 1994년에는 김동길의 통일국민당과 박찬종의 ‘신정치개혁당’이 손을 잡고 ‘신민당’을 창당했습니다. 1995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흡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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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총재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습니다. 이에 맞서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자유당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꿨습니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대선 출마를 위해 ‘국민신당’을 만들었습니다. 대선 패배 뒤 새정치국민회의와 합당했습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습니다. 2007년 대선 와중에 김한길 대표의 ‘중도개혁통합신당’, 오충일·손학규 대표의 ‘대통합민주신당’이 차례차례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이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습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습니다. 2014년에는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연합’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했습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김동연 대표가 ‘새로운물결’을 창당했다가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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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나라 정당사에는 ‘신’ 자나 ‘새’ 자가 들어가는 정당이 많았습니다. 옛날에는 한자어인 ‘신’ 자를 많이 사용했지만, 갈수록 순우리말인 ‘새’ 자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앞으로 정계개편이나 신당 창당을 하면 또다시 ‘신’ 자나 ‘새’ 자를 당명에 사용하는 정당을 보게 될 것입니다.

2024년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온갖 신당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부르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이낙연 신당’, ‘양향자 신당’, ‘금태섭 신당’ 등이 있습니다. 과연 어느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성공한 신당 필수조건 ‘대선주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성공한 신당’에 대한 개념을 조금 좁힐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여당과 야당이 아닌 제3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뒤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성공한 신당’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1980년대 이후 성공한 신당 사례는 1985년 김영삼·김대중의 신한민주당, 1988년 김대중의 평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1996년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김종필의 자민련,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입니다. 성공한 신당에는 언제나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당보다는 사람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재의 후유증과 승자독식 대통령제 권력구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창당 중이거나 창당을 시도하고 있는 신당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큰 신당은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추진하는 신당일 것입니다. 누가 과연 대선주자급 정치인일까요? 여러분이 각자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총선을 4개월 앞둔 현재 정가의 관심은 ‘이준석 신당’에 가장 많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준석 신당의 출현은 여권의 분열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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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7일에 움직이겠다고 예고하고 그날이 되면 100%입니다. 그 앞에 무슨 제가 지금 오늘 진짜 마음을 조금씩 1%씩 올려간다, 이거는 방송용 멘트지, 실제로 준비는 다 하고 있습니다.”(12월6일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지금 수도권 지역에서 우리 당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12월27일 날짜를 정해두긴 했지만, 제가 어느 정도 기대한 만큼의 변화가 있지 않을 시에는 제가 탈당 후 창당 계획을 그대로 이행할 계획입니다.”(12월7일 국민의힘 제주도당 ‘청년·여성 생활정치아카데미’ 직후 브리핑)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준석 신당 창당에는 ‘윤석열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준석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 ‘대표 패싱’ 논란 등을 이유로 두차례 ‘가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울산 회동’ ‘의원총회 포옹’ 등으로 이준석 대표를 끌어안았습니다. 이준석 대표를 놓치면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9수 끝에 합격할 정도로 집념이 강한 사람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 없이는 총선에서 패배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준석 전 대표를 확 끌어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2022년 1월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2022년 1월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근 호사가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이낙연 신당’은 어떨까요? 저는 가능성 0%라고 생각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 곁에 가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나 안철수 의원과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였습니다. 민주당의 영혼이나 다름이 없는 정치인입니다. 이낙연-정세균-김부겸 등 전직 세 총리가 연대해서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소설에 불과합니다. 정세균 전 총리의 정치 인생은 민주당 그 자체입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는 민주당이다’라는 책까지 쓴 사람입니다.

“신당 지지 뜻 없다” 68%

다른 신당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안타깝지만 이번 총선에서 신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정치 양극화입니다. 2000년 정보화 혁명, 2010년 모바일 혁명 이후로 유권자들의 확증편향이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 정당에 대한 지지층의 분노와 증오를 조직화하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지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선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 ‘한겨레티브이(TV)-정치 막전막후’에서 최근 개각을 보고 “대통령이 총선에 미쳤다”고 논평한 일이 있습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1당을 빼앗기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겁먹은 유권자들은 결국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둘 중 한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둘째, 선거 제도입니다. 민주당이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기우는 배경에는 국민의힘보다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해야 한다는 계산 외에도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습니다. ‘이준석 신당’ 출현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국민의힘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웬만해서는 신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셋째, 여론입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티브이(TV)가 지난 6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5%,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8%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신당에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신당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전망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4년 전 이맘때 여론조사에서도 무당층은 25% 안팎으로 꽤 높았지만 신당은 출현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1월14일 국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1월14일 국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서 소개했지만 성공한 신당 사례는 거의 다 정치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기 이전인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성공한 신당은 2016년 안철수 신당이 유일합니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은 호남의 반문재인 바람과 새누리당 공천 파동이 겹쳐서 일어난 극히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만약 안 의원이 지금 다시 신당 창당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요? 100% 실패할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우리는 언제쯤 정치 양극화의 덫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분노와 증오를 부추겨 먹고사는 거대 양당의 과점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