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일 정상회의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한·미·일 협력과 굳건한 대북 공조 태세를 부각하려던 정부의 외교적 목표와 달리, 개시가 임박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회의 테이블 위에 오르면 윤 대통령의 대처 방향에 따라 국내 여론이 출렁일 수 있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외교부는 8일, 일본 정부가 오는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지 의사를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강하게 반박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해서는 취지에 맞는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서 3국 담당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오보라고 일축했고, 외교부도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계기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미 정상의 이해를 구하고 방류 개시 시점을 이달 말께로 확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날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 뒤 20일 귀국해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구체적 방류 시기를 결정할 전망”이라고 보도했고, 교도통신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은 방류 개시 시기가 8월 말, 9월 초 사이로 검토되고 있다고 구체적인 스케줄을 언급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회의를 이용해 한·미의 ‘방류 용인’ 뜻을 받아내려 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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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의 계기에 양자 회담도 예정하고 있는데, 한-일, 미-일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오염수 방류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취임 뒤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일본 쪽 방류 계획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는 ‘들러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한 뒤 한·미·일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를 부각하고 있고,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방류 현안을 다루면서 우호적 여론 조성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한·미·일 밀착 행보를 내세워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양쪽 의견을 받으면서 3국 협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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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문제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정부·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여론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회의에서 해당 의제가 논의될 경우, 윤 대통령은 이후 국내에서 국민적 불안감 해소에 나서는 한편 ‘오염수 방류는 일본 주권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