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모임인 ‘초금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당 안팎의 내홍이 이어지면서 다시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퇴진론이 완전히 사그라든 상황은 아니다.
초금회 소속 의원 20여명은 지난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당이 더는 분열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당내 화합을 이루기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대표 사퇴론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초금회 소속 한 의원은 “이 대표 퇴진을 놓고 양론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서로 화합을 해나갈 수 있느냐, 하나로 뭉칠 수 있느냐는 고민을 주로 했다”며 “(사퇴론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이해를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대표가 퇴진하는 것도 올바른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모임에 참석한 또 다른 의원도 “이 대표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꾸리지 않으면 무슨 방법이 있겠냐”고 말했다. 초금회는 앞으로 당 안팎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86세대가 주축인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지난 8일 “분열을 조장하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어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당장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을 경우 당내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비명계 안에서도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심력보다 단결해야 한다는 구심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 의원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이날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었지만 이 대표 거취론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이 대표 사퇴 문제는) 민감한 의제이며,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 과정에서 몇몇 의원들은 ‘이 대표가 자진사퇴할지 의구심이 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이 대표 퇴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를 통한 당원과의 대화에서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색출하고, 청원해서 망신을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는데, 당의 단합을 해쳐 적대감이 더 강화된다. 그러면 민주진영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들을 표적 삼은 일부 강성 지지층의 ‘좌표 찍기’ 행태에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여달라는 당내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이탈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당 안팎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효, 기권하신 분들의 충정도 이해한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모든 분들의 의견을 수용, 수렴 못 한 측면이 분명히 있고, 제 부족함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