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국무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할 것”이라며 책임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3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냉장고 안의 음식은 냉장고가 잠시 꺼져도 상하게 된다. 주인이 바뀌는 기업에서도 회계나 기술개발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도 그렇다. 모슨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총리 제의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여야정당과 협의해 나가겠다. 상설적인 협의기구와 협의채널을 만들어 여야 모두로부터 그 동력을 공급받겠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총리가 되는 게 거국내각으로 가는 길이라는 여권과 똑같은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저는 (대통령)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쪽이다. 다만 국가원수인 만큼 절차나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당적 보유가 국정의 장애물이 된다면 “대통령의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최선을 다하겠다.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며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책임과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일문일답이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책임총리의 개념, 그리고 총리직 수락 전후로 대통령과 나눈 총리의 권한은 무엇인가? =헌법에서 규정한 총리 권한은 아주 간단하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정을 통할하고, 내각 각료의 임명을 제청하고 해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해석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국정 통할은 어느 정도인가를 놓고. 지금까지 사실은 총리가 그 헌법상의 권한 다 행사한 일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어쨌든 국정 통할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걸쳐서 총리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각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임명 제청권과 해임권 다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나눈 대화가 어느 정도냐는 데 대해선, 그건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가 (이야기) 나눈 것은 경제·사회·정책 부분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제게 맡겨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야권이 반발하며 인준 보이콧화겠다고 하는데, 복안은 뭔가? =우선, 왜 그렇지 않겠나. 당연히 화도 나고, 저에 대해서 섭섭한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복안이 뭐가 있겠나. 제가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도 없고. 기회가 닿는대로 이 자리 설 수밖에 없었던 마음 설명해야지. 국정이 단 하루도 멈춰선 안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 많은 심각한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정권말에 (국정이) 회복불능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 나섰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고 이해 구하는 수밖에. 그러고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으면 두말없이 수용할 것이다. 대통령과의 독대는 지난 토요일(10월29일)에 했다. 시계를 봐가면서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말 나눴다. -사드 배치·국정교과서 등 현 정부와 소신이 많이 다른데? =제 생각에 변화는 없다. 국정교과서만 해도 국정교과서라 하는 것이, 교과서 국정화가 우리 사회 합당한 것인가 지속될 수 있느냐에 의구심 있다. -아까 울컥했는데? =왜 울컥했는지 모르겠다. 참여정부 참여할 때부터(울먹), 걱정이 많았다. 국가, 국정에 대한 걱정. 그때 하고 싶은 걸 다 못했다.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그 이후로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로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지났다’라고 하신 말씀에도 동의했다. 학교가서 강의하고 글쓰고 그러면서도 늘 가슴 아팠다. 이보다 나아질 순 없을까? 무력했다. 또 다시 이런 사태 터지면서 대통령 옳고 그름보다 곳곳에 잠재된, 북핵 이상으로 이 (사회) 속에 해결하기 어려운 생활과 삶, 파괴할 만한 것들이 곳곳에 놓여 있음을 느꼈다. 그 무렵, 그렇게 느끼던 차에 대통령께서 당신이 경제사회정책 할 수 있느냐, 얘기해 보니 정책적으로 다른 부분도 많다. 재정문제에 대해서도, 사드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다를 수 있다. 제 소신 포기할 의사 전혀 없지만, 저렇게 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대통령과 총리의 생각이 많이 다른데. =대통령과 총리가 생각 같아도 어렵다. 협치구조가 돼야 한다. 야권과 여권, 극단적인 한쪽과 다른 쪽이 협치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도다.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 다 모아야 하는 것이다. 큰 그림으로 해서 협치를 살려내야 한다. 그 속에 여당 야당 들어오고, 총리가 들어가면 된다. -청와대 인사수석이 오늘 국회 예결위에서 “보도에 나오는 대로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이 하는 식으로 현행 헌법에서는 구분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이원집정부제가 현행 헌법에서 가능한지 모르겠다. 대통령님하고 새로 오는 총리님하고 대화나 역할분담 통해 구분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는데? =큰 차이 없을 것이다. 형식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그런 상태는 아니다. 입법안 등은 대통령이 서명을 해야 하는 거고, 각료 임명하는 것도 임명권자 서명 있어야 하고.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법률적 권한까지 다 가지는 것은 어렵다. 경제·사회정책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동의하셨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경제·사회정책에 대해서 총리에게 맡기는 것이다. 대통령이 완전히 유고상태는 아니지 않나.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제안도 받았었는데? =(국민의당 내에서) 호남 중진들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안다. 그러는 사이에 당내가 조용하지 않다는 얘기 들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최종적 결심해야 하는 단계에서 총리직 제안을 받았다. -논문 표절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표절은 하지 않았다. 표절했다 해서, 청문회를 하자 해서 스스로 요청하기도 했다. 그 청문회에서 나온 자료가 있을 것이다. 날짜를 잘못 확인하고 박사 논문 안 보고 해서 나온 오해다. -이런 상황이라면 헌정중단되는 게 맞다는 것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총리 내정,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나?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국정 걱정이다. 그 점은 그리 생각해달라.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 문제는 강의를 한다면 길게 할 수 있어. 가장 큰 본질은 대통령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라 본다. 대통령 힘의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개헌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개헌은 어디까지나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개인으로서 옳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 생각과 다르냐고 누가 묻던데, 제 생각은 그렇다. 대통령 생각과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임기 내 추진 자체도 국회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가 됐든 내각제가 됐든 학자적 소신 밝히는 자리는 아니지만, 학자로서 소신은 국정문제는 책임과 권한이 일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실제 움직일 수 있는 권한보다 책임이 크고, 국회는 권한보다 책임이 약하고. 이 두개를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것이 내각 책임제다. 국회의원들이 책임 지는 것. 우리 사회는 경제적 집중문제 때문에 이게 정치적 차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방식을 논의하면서 내각제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태규 정인환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