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당을 맡은 이후 어떤 종류의 네거티브가 오면 24시간 내 반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밤이든 낮이든 제가 보고 나가게 했습니다.”

지난 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의 국민의힘을 “반응이 너무 느렸다. 싸워야 할 때 몸 사리고 싸우지 않았다”고 평가한 그는 “(제가 온 뒤) 우리의 속도가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의 참모진들은 “기존 정치에선 보지 못한 속도”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위원장은 평상시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1.25배속이나 1.5배속으로 설정할 만큼 ‘속도전’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지 약 50일째, 한 위원장은 당의 속도를 어떻게 바꿨을까요?

한달 동안 공약 7개 발표…“리더십이 바뀌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8일 강남구 중소기업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총선 1호 공약 저출생 대책 ‘일·가족 모두 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8일 강남구 중소기업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총선 1호 공약 저출생 대책 ‘일·가족 모두 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는 ‘빠른 말’입니다. 한 위원장 자신도 “사실 원래 제가 충청도 사투리를 썼는데 서울 와서 일부러 서울말을 따라 하다 보니까 말이 오히려 좀 더 빨라졌다”(지난달 14일 충남도당 신년인사회)고 할 정도로 말이 빠릅니다.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종종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다다다다’ 말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법사위원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그를 가리켜 “(말이) 유튜브 1.5배속”(지난해 10월 채널에이 정치시그널)이라고 할 정도였는데요.

최근 당의 총선 공약 발표도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1호 공약으로 ‘인구부 신설’ 등 저출생 공약을 내놓은 국민의힘은 일주일 뒤인 25일 ‘늘봄학교 확대’ 등 2호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30일과 31일엔 3호(‘재형저축 재도입’ 등 서민·소상공인 공약)·4호(‘철도 지하화’ 등 구도심 공약)를 잇달아 제시했고, 이번달에는 ‘지역 의대 신설’를 비롯한 5호 공약과 어르신을 겨냥한 6호·7호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총선 공약을 7개 발표한 겁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1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공약개발본부 출범식에서 ‘정책 주문, 배송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택배 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 윤 원내대표, 한 위원장,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홍석철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1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공약개발본부 출범식에서 ‘정책 주문, 배송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택배 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 윤 원내대표, 한 위원장,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홍석철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이는 민주당과 비교해도 확연히 빠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말 총선 1호 공약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발표한 뒤 지난달 24일 5호 공약으로 ‘당직비 인상 등 장병 처우 개선’을 내놨습니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공약 발표 후발주자’인 국민의힘이 3배 이상 빠른 속도를 내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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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에서는 한 위원장의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에 “모든 실무진은 자신이 맡은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데 의사결정권자가 빨리 결정을 해주느냐, 아니냐가 결과물의 차이를 가져온다”며 “지금 우리 당에서 나가는 정책뿐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이 빠른 편인데, 리더십의 변화가 갖고 온 효과 아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당 핵심관계자도 “한 위원장에게 뭔가 보고를 올리면 그 자리에 승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전에 본 적 없는 ‘빨리 빨리’ 스타일…‘배속 정치’ 결말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경기-서울 리노베이션TF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경기-서울 리노베이션TF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매주 월·목 오전에 열리는 비대위원회의 머리발언을 직접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당 지도부의 머리발언은 메시지 담당 보좌진이 초안을 작성하고, 해당 메시지를 읽을 지도부 인사의 확인·수정을 거친 뒤 나갑니다. 반면 한 위원장은 틈틈이 아이폰으로 직접 머리발언을 작성한다고 합니다.

당에서는 한 위원장이 직접 메시지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보니, 이슈 대응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합니다. 지난달 21일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이날 채널에이(A)가 ‘여권 주류인사가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란 입장을 냈습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사실임을 인정하고 이를 거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12일 공개한 한 위원장 과거 사진. 국민의힘은 “한동훈 위원장은 2007~2009년 2년과 2020년 두 번에 걸쳐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짧은 인사말에서 몇 줄로 축약해서 세세히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부산에서의 좋은 추억들이 많다. 한 위원장이 부산 생활할 때 사직구장에서의 재미있는 사진이 있어 참고로 공유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이 지난달 12일 공개한 한 위원장 과거 사진. 국민의힘은 “한동훈 위원장은 2007~2009년 2년과 2020년 두 번에 걸쳐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짧은 인사말에서 몇 줄로 축약해서 세세히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부산에서의 좋은 추억들이 많다. 한 위원장이 부산 생활할 때 사직구장에서의 재미있는 사진이 있어 참고로 공유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제공

 ‘사직구장 직관 논란’에 즉각 반응한 것도 한 위원장 스타일입니다. 지난달 10일 한 위원장은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부산고검으로 좌천됐던 일을 언급하며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가, ‘당시는 코로나19로 무관중 시기였기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틀 뒤인 12일 국민의힘은 2008년 한 위원장이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며 찍은 사진을 공유했고,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고 했지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후 해당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는데, 한 위원장은 “그 사안은 잘 모르겠다”(7일 관훈클럽 토론회)며 발을 뺐습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도를 확인하고 입장문을 내려면 최소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짧은 순간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건 한 위원장 본인밖에 없지 않겠나. 이전 지도부들에서는 본 적 없는 한동훈식 위기관리법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위원장의 ‘2배속’ 정치에 대해 설익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총선을 겨냥해 내민 국회의원 세비 감축 제안과 의원 정수 축소 등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성사되지 않은 공약입니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회의원 특권을 버리는 것으로 가려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특권이 줄어든다. 그런데 상세한 설명이 잘 안 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특권이 줄어드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숫자가 적으면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국회의원 수당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세비 감축은) 상충되는 공약인데 제대로 논의하거나 따져보고 내민 게 아니라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충분한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던지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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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