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28일 오전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 29일 보도했다.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조용원 당 비서 등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28일 오전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 29일 보도했다.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조용원 당 비서 등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뒤 북한이 서해 해안포 사격(1월5·6·7일), 극초음속탄도미사일 발사(1월14일), 전술핵 탑재 수중 핵어뢰 ‘해일’ 실험(1월19일), 불화살-3-31형과 화살-2형 순항미사일 발사(1월24·28·30일)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해일, 불화살 같은 북한 무기 이름은 누가 어떤 의미를 담아 지은 것일까. 정답은 ‘모른다’다. 지금까지 북한은 개발 중이거나 실전 배치한 무기의 작명 기준 등을 한 번도 공식 설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일, 화살, 불화살 같은 짧고 분명한 북한 무기 이름과 이들 무기체계 특성을 엮어 따져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한 무기 이름을 톺아보면 ‘핵 강대국’이란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려는 북한의 속내가 뚜렷하게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3월21~23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인 ‘해일’의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3월21~23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인 ‘해일’의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해일인가 너울인가

북한이 지난 2012년부터 11년간 개발했다는 핵 무인수중공격정의 이름이 ‘해일’이다. 북한은 이 무기의 사명을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 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순식간에 육지를 덮치는 거대한 해일처럼 한국 해군 작전기지나 군함들을 쓸어버리겠다는 의도를 해일이란 이름에 담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해일의 위력이 과장되고 일부 조작됐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북한이 해일을 완성하더라도 방사능 해일을 일으킬 폭발력이 없고,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이 목표물을 적시는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무기 위력이 해일급이 아니라 너울성 파도 정도란 것이다. 또 해일이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더 커진 어뢰 형태가 될 텐데 속도가 느리고 한정된 작전구역 내에서만 운용이 가능해서 한·미 대잠수함전 부대의 공격에 쉽게 노출돼 군사적 실효성이 낮다고 본다. 북한이 실제 위력과는 별개로 해일이란 타격감이 센 이름을 내세워 ‘핵 강대국 북한’이란 국가 브랜드를 굳히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다는 게 한국과 미국의 분석이다.

광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불화살과 화살, 손도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1월24일)→“새로 개발된 잠수함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1월28일)→“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훈련”(1월30일)

북한이 쏜 불화살과 화살은 모두 순항미사일이다. 북쪽은 ‘화살-2’형에 전술핵탄두인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 비행능력, 지형에 따라 고도를 바꿔가며 비행하는 능력을 갖췄다. 상대 지휘부, 군사시설 등 핵심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북한이 과녁을 명중하는 화살(불화살)처럼 정밀 타격 능력을 강조하려고 순항미사일에 화살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1월30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3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월30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3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미국의 유명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투용 손도끼 이름에서 따왔다. 날이 선 손도끼의 날카로움과 전투 중 던지면 정확하게 날아가 목표에 꽂히는 모습을 순항미사일의 정밀 타격 특성과 연결한 작명이다. 북한의 화살과 미국의 토마호크는 정밀 타격을 강조하는 순항 미사일의 특성과 위력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한국 순항미사일 이름은 현무-Ⅲ이다. 국군은 주력 미사일에 현무를 붙인 ‘현무 시리즈 미사일’을 갖고 있다. 현무 시리즈에는 탄도 미사일 (현무-Ⅰ, Ⅱ, Ⅳ)과 순항 미사일 (현무-Ⅲ)이 있다. 현무는 ‘북방의 수호신’ 현무에서 따온 이름으로, 북한 등의 위협에 맞서 나라를 지킨다는 뜻을 담았다.

2022년 국방백서에 실린 북한 미사일 종류. 노동, 무수단 같은 미사일 이름은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이 사용한다. 국방백서 갈무리
2022년 국방백서에 실린 북한 미사일 종류. 노동, 무수단 같은 미사일 이름은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이 사용한다. 국방백서 갈무리

무기는 하나인데 이름은 두 개?

지난 2022년 1월17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국내 언론들은 북한이 1년 10개월 만에 KN-24, 이른바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판 에이태큼스’는 이 미사일 특성이 미국의 전술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와 닮았다고 한국과 미국이 붙인 별칭이다.

광고
광고

‘KN-24’는 한·미 군 당국의 분류 방식에 따른 이름이다. KN은 북한(North Korea)의 영문 이니셜 NK 앞뒤를 바꾼 것이다. ‘KN’ 뒤 숫자는 한미 정보당국이 발견한 순서대로 붙인 것이다. KN-24는 한·미 정보당국이 24번째 찾아낸 북한 미사일이란 뜻이다. 2022년 1월 당시 북한 관영 언론은 ‘전술유도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정작 미사일을 만든 나라가 직접 지은 이름보다 다른 나라가 붙인 이름이 일반화된 경우도 많다. 대부분 국가가 개발 단계에 있거나 주요하게 사용하는 미사일은 군사비밀이라 이름 자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전 시절 소련이 만들어 지금도 세계 분쟁지역에서 쓰이는 스커드(SCUD)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스커드 미사일을 만든 소련이 붙인 이름은 ‘R11’이다. 소련이 1950년대 이 미사일을 개발했지만 초기에는 존재 자체가 서방에 알려지지 않다가 1960년대 초반 서방 정보기관이 발견해 이름을 ‘스커드’라고 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8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월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12월18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월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미 정보당국은 1990년 5월 함경남도 함주군 노동리에서 북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했다. 한·미는 이 미사일이 최초 발견된 지명 노동리를 따서 ‘노동 미사일’로 불렀다. 일부에선 지명인 노동을 북한 노동당의 ‘노동’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북한이 붙인 이름은 ‘화성-7’인데, 한국과 미국에선 30년 넘게 ‘노동미사일’로 불린다. 무수단, 대포동 같은 북한 미사일 이름들도 노동과 같은 경우다.

북한은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화성’이란 이름을 붙이는데 숫자가 클수록 최신 미사일이고 사거리가 길다. 스커드 미사일인 화성-5형은 사거리 3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고, 지난해 12월18일 발사한 화성-18형은 사거리 1만5000㎞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화성이란 행성 이름을 탄도미사일에 붙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