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북한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쏘자,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1분이면 서울 하늘 뚫는다’는 내용의 ‘평양→서울 1분컷’ 기사들이 쏟아졌다. 기사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보다 5배 빠른 마하5(시속 6120㎞) 이상으로 날아간다 △시속 마하 5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1분 만에 다다른다 △너무 빨라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하 1은 음속(초속 340m)의 속도다. 마하 1~5까지는 초음속, 마하 5부터는 극초음속으로 분류한다. 마하 5 이상이면 평양에서 서울(직선거리 195㎞) 상공까지 1~2분 사이에 도달할 수 있다.

지난 14일 북한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쏘자,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1분이면 서울 하늘 뚫는다’는 기사가 많았다. 기사 검색 화면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북한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쏘자,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1분이면 서울 하늘 뚫는다’는 기사가 많았다. 기사 검색 화면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미사일로 한국의 미사일체계가 무력화된다’고 단정하긴 무리다.

극초음속미사일은 같은 사거리의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속도, 비행시간이 비슷하다. 극초음미사일이 일반적인 미사일보다 더욱 빠른 속력인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기존 방공체계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가령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속도는 마하 20 안팎이다. 단거리 미사일도 마하 4~7 사이 속도로 대부분 마하 5를 넘는다. 한국군이 지닌 현무 시리즈 탄도미사일의 속도도 마하 5를 훌쩍 넘는다. 속도만 놓고 보면 거의 대부분 탄도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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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아니라 단거리미사일(SRBM·300~1000㎞), 준중거리미사일(MRBM·1000~3000㎞), 중거리미사일(IRBM·3000~5500㎞) 대륙간탄도탄(ICBM·5500㎞ 이상) 등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규정하는 개념 중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은 극초음속이란 속도가 아니라 발사 뒤 하강 국면에서 낮은 고도로 무동력 활강하는 성질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장점을 모았다.

지난 2022년 1월5일 북한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 시험 발사 장면과 지난 2021년 9월 발사한 화성-8형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월5일 북한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 시험 발사 장면과 지난 2021년 9월 발사한 화성-8형의 모습. 연합뉴스

로켓추진체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빠른 데다, 파괴력이 강한 무거운 탄두를 지닌다. 물가에서 던진 돌처럼 탄도미사일은 발사-상승단계-중간단계-하강단계라는 포물선 궤적을 따른다.

탄도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발사 초기에 탐지해 추적하면 탄착점과 발사점 예측이 가능하다. 탄착점 예측은 상대 미사일을 격추하는 최적의 교전포대(요격미사일)를 할당하는 데 필요하고 발사점 예측은 미사일 발사원점을 식별해 타격하는 데 필요하다.

반면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순항미사일은 항공기처럼 저고도로 비행해 적 레이다에 들키지 않고 지휘부, 군사시설 등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가 음속 이하로 속도가 느린 게 단점이다.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해서 적군의 대공화기, 전투기 요격에 취약하다. 유명한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시속 880㎞이다. 일반 항공기 비행속도가 시속 700~800㎞이다. 순항미사일은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속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마하 1을 기준으로 이에 조금 못 미치면 아(亞)음속 순항미사일(예를 들어 토마호크) △마하 1을 넘기면 초음속 순항미사일 △마하 5를 넘기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초음속, 극초음속으로 속도가 빨라질수록 요격하기가 어렵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같이 로켓추진체에 탑재해 발사되는 극초음속활강비행체(HGV)와 공기흡입식 엔진을 사용해 순항하는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로 나뉜다. 극초음속순항미사일이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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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개한 초고속 발사체 시험 모델인 하이코어(Hycore). 국방과학연구소 홍보 영상
한국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개한 초고속 발사체 시험 모델인 하이코어(Hycore). 국방과학연구소 홍보 영상

지난 14일 북한이 쏜 것은 극초음속활강비행체에 해당하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상승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글라이드처럼 미끄러지듯 비행할 때 마하 5이상이어야 위협적이다. 북한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드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일단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부터 쏘면서 기술을 익히려고 한다.

북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로켓 추진체에 탑재되어 발사됐다. 북한의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임에도 국내 언론 보도들이 평양→서울 ‘1분컷’에 관심이 쏠린 것은 마하 5라는 속도에 매몰돼, 속도를 중시하는 순항미사일의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활강체의 특성과 군사적 함의-한반도 내에서 활용될 경우를 중심으로’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논문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극초음속 활강체의 특성과 군사적 함의-한반도 내에서 활용될 경우를 중심으로’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논문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비행개념은 4단계다. △1단계는 탄도비행단계는 로켓추진체에서 분리된 활강체가 상승 하강하고 △2단계 풀업 단계는 대기권 상층에서 하강 속도를 늦추며 안정된 활강단계로 진입하며 △3단계는 목표까지 활강 △4단계는 활강체가 목표를 향해 낙하는 종말 단계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2~4단계 대기권에서 무동력으로 글라이드처럼 미끄러지듯 상하좌우로 비행하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최강 핵심은 변칙적인 기동성이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발사 뒤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해 고점에서 내려오다 대기권에 진입하는데 이때 기존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처럼 낮은 고도에서 수시로 고도와 방향을 바꿔 날아간다. 이 상황에서도 속도를 마하 5이상으로 유지해 상대방이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 전략사령부 존 하이텐 사령관은 2018년 3월 미 의회 군사위원회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방어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까닭이다.

그러면, 북한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전력화할 경우 한국의 미사일방어망 등 방공시스템은 속수무책일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방공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렵지만 아예 대응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1단계 탄도비행단계 비행궤적은 탄도미사일과 비슷하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비행거리가 1000km일 경우 1단계는 600km가량이다. 국내 고지대에 배치된 그린파인 레이더(탐지거리 800여㎞·지상에 설치하는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와 해군 이지스 구축함의 SPY-1 레이더, 공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레이더에서 탐지가 가능하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초기 상승단계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최초 탐지시각이 비슷하다. 대기권을 활강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공력가열(물체가 공기와 부딪히면서 입자로 변하면서 열 발생)로 표면에 1000~2000도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외선 탐지체계를 사용하면 탐지할 수 있다.

공군의 대공미사일 천궁 모습. 공군 누리집
공군의 대공미사일 천궁 모습. 공군 누리집

또 극초음 탄도미사일은 4단계 종말단계에 진입하면 고도가 낮아지고 많은 항력(잡아당기는 힘)이 발생해 속력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도 일반적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속도로 목표물에 낙하하므로 적절한 교전 조건을 갖추면 요격이 불가능하지 않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일반 탄도미사일과 견줘 월등히 빠르지도 않고 대기권에서 오래 더 많이 움직일수록 속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미사일방어체계로 대응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북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킬체인’의 무력화를 우려한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지휘·발사·지원체계, 이동식 발사대 등 핵심표적을 신속·정확하게 탐지해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발사 전에 제거하는 공격체계다. 즉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직전에 발사 예상 지점을 먼저 공격해 사전에 파괴한다는 개념이라,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일반적 탄도미사일 모두 대응하는 데 큰 차이가 없다.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극초음속활강체를 군사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는 ‘무적’의 무기체계로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술적으로 진화한 탄도미사일의 하나로 바라보는 인식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극초음속활강체에 대한 합리적인 군사적 대응개념을 도출하고 적절한 대응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참고 인용 문헌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전망 및 대응 방안’(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극초음속 활강체의 특성과 군사적 함의-한반도 내에서 활용될 경우를 중심으로’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