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후보 경선에서 박광온·윤영찬·강병원 의원 등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6일 무더기로 탈락하고,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들었다고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을 치른다.
박범계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20곳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3선, 경기 수원정)은 친명계 김준혁 한신대 교수에게 패배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임한 ‘악연’이 있다.
비명계 강병원 의원(재선)은 현직 강원도당위원장 신분으로 서울 은평을에 공천을 신청해 논란이 된 친명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과 경선을 치러 고배를 마셨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된 윤영찬 의원(초선, 경기 성남중원)은 친명계 이수진 의원(비례)에게 져서 공천 탈락했다. 하위 10%에 해당되면 경선 득표에서 30%가 깎인다. 역시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밝힌 비명계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도 비례대표인 김병주 의원에게 졌다.
다만, 비명계 중에서도 신영대 의원(초선, 전북 군산)은 친명계 김의겸 의원(비례)을, 오기형 의원(초선)은 서울 도봉을에서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꺾고 후보로 확정됐다. 이날 발표된 20곳 가운데 비명계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는 모두 9곳으로, 이 가운데 신영대·오기형·박용진 의원을 제외한 6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재명 대표 변호인단에서는 당락이 갈렸다. 광주 광산갑에서 박균택 전 고검장이 현역인 이용빈 의원을 꺾고 공천장을 쥔 반면, 서울 금천에서 조상호 변호사는 현역 최기상 의원에게 밀렸다.
그밖에도 인천 동·미추홀갑에선 허종식 의원, 부산 사상에선 배재정 전 의원, 경기 남양주갑에선 최민희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짓고 본선에 진출한다. 경기 용인병에선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공천됐다.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서울 용산에서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게 됐다.
한편,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용진 의원(재선, 서울 강북을)은 정봉주 전 의원, 이승훈 전략기획부위원장과 3자 경선을 치렀는데 정 전 의원과 결선을 치르게 됐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이 포함된 지역구 후보 3자 경선에서 누구도 과반 득표를 못할 땐 상위 득표 2명이 결선을 치르도록 했다. 결선은 오는 10~11일 이틀간 진행된다. 박범계 선관위원장은 “박용진·정봉주 후보의 결선투표는 가·감산을 (1차 때와)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1차 경선에서 박 의원에게 적용됐던 하위 평가에 따른 ‘경선 득표의 30% 감점’이 결선에서도 적용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주당 선관위가 경선 당사자들에게 득표 결과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점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박 선관위원장은 ‘박용진·정봉주 후보의 득표 격차’를 묻는 기자들에게 “당연히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선관위는 3자 경선을 치른 홍정민 의원(경기 고양병) 등의 경우엔 득표율을 알려줬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경선 개표 과정과 결과를 경선 참가 당사자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친문계 이인영 의원 등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민주당 공천 파동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든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경선 결과로 인해 ‘친명 공천, 비명 탈락’이 또 한번 확인되면서 계파 간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