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의 억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하고 돌아온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선박과 선원에 대한 이란 정부의 조치가 신속히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14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방문에서 (억류 선박과 선원의) 조기 석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 못 했지만, 한국과 이란 양국은 커다란 걸음을 함께 내디뎠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을 엄중히 했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그들의 좌절감을 정중히 경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10일부터 사흘 동안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 등 이란 정부 고위 당국자, 카말 하르라지 이란 최고지도자 외교고문 등과 만나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한국에 동결돼 있는 자국 돈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 문제의 해결을 강한 어조로 요구했다.
최 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동결자금 문제에 대해선 “코로나19 백신이나 의료장비 등 인도적 물자를 구입하는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특별승인 등 모든 절차를 마쳤다. 이 절차를 따를지 이란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란은 “이란 자금이 미국 은행 계좌를 통하면 압류될 수 있다”, “이란의 자금이 미국의 계좌를 거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등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최 차관은 “이란 정부가 지금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방문이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들어서고 있는 즈음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미국과 협의와 여러 과정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 이탈한 ‘이란 핵협정’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이어, 억류 선박에 대해선 “선박과 자금은 연계돼 있지 않다. 그러나 상황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유사한 시기에 발생한 일들이라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두 가지 사안이 긍정적으로 신속히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란 정부 내에서도 이 상황에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과 지속해서 협력하면서 진행하겠다. 자금 관련 문제는 협상보다는 서로 간의 신뢰가 형성되는 과정을 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우호 관계를 중시하는 온건파들을 설득해 두 문제 모두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