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한겨레 자료 사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한겨레 자료 사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 김아무개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국 정부에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16일(현지시각) 아던 총리가 이날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면서 뉴질랜드에서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아던 총리는 “내가 내린 결정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김씨에 대한 인도 청구가 “당국자들 앞에 놓인 옵션(선택) 중 하나였다면 이미 이행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앞에 있는 옵션의 범위를 살펴보면,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것 중 하나를 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뉴질랜드 정부가 김씨에 대한 기소 등 법적 조처를 취하려는 노력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아던 총리는 지난 7월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협조 요청을 한 바 있다.

애초 이 사건은 201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질랜드 공관의 현지인 직원은 2017년 11월 김씨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12월께 대사관에 제보했고, 대사관 인사위원회에서는 김씨에 대한 경고 조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듬해 외교부 감사관실의 감사에서 문제가 확인돼 사건은 외교부 본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김씨는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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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피해자는 2018년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2019년 10월에는 뉴질랜드 경찰에 김씨의 성추행 행위를 신고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으나, 김씨가 201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출국한 데다, 대사관에 대한 조사 방식을 둘러싼 양국 간 의견 차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지난 8월 귀임 명령을 받고 귀국한 상태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사법당국이 김씨를 보내달라는 인도 청구를 할 경우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뉴질랜드 쪽에서는 그간 사법공조를 요구하지 않았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9월 김씨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며 피해 직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김씨가 피해자의 성기도 만졌다’는 피해자의 2019년 8월 주장에 대해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에 이러한 주장을 해 진정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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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 총리의 발언에 대해 피해자는 “인도될 수 없다면 이유를 말해주면 좋겠다. 이 문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며 “사법절차는 끝까지 이뤄져야 한다. 만약 법원이 외교관에게 무죄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터프>는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