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이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을 전면 허용하고, 800㎞로 정해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에도 ‘유연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거리 연장은 한국이 직접 중국 베이징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뜻해 자칫하면 점차 노골화되는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될 수 있다.

한국 주요 미사일 사거리
한국 주요 미사일 사거리

청와대는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해 “완전한 미사일 주권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을 해나가자”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완전한 미사일 주권이란 현재 800㎞로 묶인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도 전날인 28일 “사거리 제한 문제도 ‘인 듀 타임’(적절한 시기에 머지않아란 뜻)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사이에 상당한 의견 조정이 이뤄졌음을 암시했다.

의문은 미국이 왜 이 시점에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오랫동안 제한해온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푸는 데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1979년 처음 지침을 만들며 한국이 지나친 미사일 역량을 갖는 것을 제한해왔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진 뒤에도 지난 세차례 개정을 통해 ‘탄두 중량 제한 없이’ 대구 등 중부 이남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인 ‘최대 800㎞’라는 상한을 지켜왔다. 그럼에도 사거리를 늘리게 되면, 그 목적은 북한을 넘어선 ‘그 밖의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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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현재 미-중은 미국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동아시아 배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대립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은 1987년 12월 옛소련과 사거리 500~5500㎞에 이르는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서명했다. 그사이 중국은 2천여발(그중에 90%가 중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에 이르는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을 만들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전진기지인 평택·가데나(오키나와)·요코스카·앤더슨(괌)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전진기지에서 병력과 주요 자산을 미 본토로 옮기는 ‘동적 전력운용’을 실시하는 중이다. 그와 함께 지난해 8월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족쇄가 되어온 중거리핵전략조약을 전격 파기했다. 현재 미국은 미·중·러 3개국이 참여한 군축조약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완강히 거부하는 중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의 신형 미사일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그 직후인 지난해 10월 일본 언론들은 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를 직접 거명하며 “이웃 나라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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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희망대로 한-미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하면, 미국은 직접 미사일을 배치하는 대신 동맹인 한국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2016~2017년의 ‘사드 사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중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사거리 연장이 한국 안보에 치명적인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공격 무기인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미국이 원하면 직접 자신의 무기를 배치해야 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