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손님 거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베이징/중국 웨이신 갈무리 연합뉴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손님 거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베이징/중국 웨이신 갈무리 연합뉴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냉랭한 수교 25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대와 달리 양국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이 지난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지만, 양국 관계가 여전히 취약한 현실을 확인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이라고 일컬어지는 한-중 관계를 문재인 정부가 계속 ‘방치’한다면 ‘돌파구’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21일에도 “사드 문제는 현재 중-한 관계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고, 수교 이후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드 배치로 양국 최악 냉각기 박근혜 정부 표변 행보로 급랭

■ 여전히 취약한 한-중 관계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한 첫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구동화이’(같은 것을 추구하되 다른 것은 화해하다)를 언급했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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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한-중 관계는 양극단을 오갔다. 2015년 10월 박 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고 선언하며, 사실상 ‘미-중 사이 균형외교’의 끝을 알렸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 주석과 나란히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 서서 이른바 ‘성루외교’를 과시한 지 한달 만의 일이었다. 이듬해 7월 박 전 대통령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해온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중국 지도부를 만나 ‘사드 배치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한 지 불과 열흘 만이었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를 기점으로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워낙 변침이 심했던 ‘박근혜표 외교’가 중국 정부의 불신을 산 것도 사실이지만, 냉기류의 저변에는 한국이 미-일 동맹의 또다른 축으로 편입하는 데 대한 중국의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한-중 관계가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가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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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한-미 동맹 우선에 중 “핵심 이익 훼손” 압박 가중 양국 갈등기 상당기간 지속될듯 사드 입장 불변땐 장기화 가능성 “중 경제보복 등 심각성 직시해야” ■ 사드가 드러낸 한-중의 속내

지난 7월6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마주앉은 시 주석은 한층 강한 언어로 ‘사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워싱턴에서 “환경영향평가 지시 등은 사드 철회를 염두에 둔 조처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은 직후였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은 7월6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했다”며 “한-중 관계 조건과 맥락을 재규정한 것은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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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사드가 전략적 안보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훼손한다’고 반발하지만 한국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맞서왔다. 함의는 따로 있다. 먼저 한국 입장에선, ‘한-중 관계를 살리기 위해 한-미 동맹을 저버릴 수는 없다’는 이전 정부의 ‘선택’이 새 정부 들어와서도 유효함을 뜻한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을 공고화한 뒤 이에 기초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굳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선 한국이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엠디) 체계에 편입되고, 미국이 추구해온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삼각동맹화’하는 것을 손놓고 지켜볼 수는 없다. 중국은 이를 자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 한-중 전략적 협력은 가능한가?

애초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사드 문제를 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특사를 보내 이런 논리로 중국을 설득하고자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북핵 문제와 사드는 별개 문제로 분리 접근한다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다른 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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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중 간 냉각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인데다 시 주석의 정상회담 발언으로 미뤄, 올가을 중국의 19차 당대회가 끝나도 당장은 관계 개선의 계기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에 대한 우리 입장이 바뀌든, 중국이 19차 당대회 이후 주변 환경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전 정부 관계자는 “현재 (사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 이 국면의 장기화는 교역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이미 한국 경제 곳곳에서 확인되는 피해는 앞으로 더 큰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흥규 소장은 “청와대가 현재 한-중 관계가 처한 심각성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은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