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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미국-중국 양자택일 말고 국익 위해 외교력 집중”

등록 :2013-12-02 20:40수정 :2013-12-03 17:59

‘동북아 격랑’ 전문가들 진단

중국의 타깃은 일본과 미·일동맹
‘3각동맹’보다 조정자 역할 필요
‘TPP참여 발표 시기 부적절’ 지적
일부 “한미동맹 강화해야” 주장도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놓고선
“적절한 조처” “신중 접근을” 갈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방공구역) 설정으로 요동치고 있는 동북아 정세가 이번주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일 한·중·일 3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미·일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 국면이 어떤 형태로든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미국은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미·일과의 공조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일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이 아니라 철저히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균형 감각을 갖춘 외교적 행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번 사태에서 겨냥한 것은 일본과 미-일 동맹이지 한국이 아니므로, 우리가 미·일과 중국 사이의 갈등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 동북아국장 출신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일부에서는 줄타기 외교가 성공하겠느냐고 하지만 우리 국익을 위해선 어떤 한쪽에만 줄을 설 수 없다”며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 관점에서 보면, 한-미, 한-미-일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니 이들 나라와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이슈를 그런 틀로만 재단하고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창훈 부산대 교수도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위해선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해 냉전 구도를 재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중 대결 구도에서 한국의 역할이 제한되지만 무조건 한-미 동맹 강화보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티피피가 미국 주도의 경제 협력이고 중국 견제의 의미가 있는데,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미 동맹을 가장 중요한 안보의 축으로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는 안보적으로 한-미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이제 버리고,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방공구역 확대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강효백 경희대 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해왔는데 방공구역에서 빼놓고 있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어도와 경남 홍도, 마라도 인근 상공 등을 방공구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중국도 현 정세에 변화를 주기 위해 방공구역을 설정한 만큼 우리가 방공구역을 확장하는 데 반대할 이유와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추정되는 공역까지는 우리의 방공구역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선 좀더 냉정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차창훈 부산대 교수는 “너무 즉자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며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지 말고 상황을 봐가며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조세영 특임교수도 “방공구역 확대에는 득과 실이 함께 있기 때문에 잘 따져본 뒤에 대응해야 한다”며 “냉정하게 따지면 이어도는 영공이나 영해가 아니다. 일본의 방공구역이지만 실리적으로는 지금까지 한국이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관리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방공구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방공구역 확대는 그런 노력을 다한 뒤에 추진해야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선 중국과 일본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화를 제안하고 협의해야 한다. 이번 일이 한·중·일 세 나라가 대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외교적 절차를 밟은 뒤에 방공구역 확대를 추진하면 중국이나 일본도 반발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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