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4·배준호)씨의 석방을 위해 30일 평양을 방문한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미국 고위 인사의 첫 공식 방북이어서 북-미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각) 별도 브리핑 없이 세 문장으로 이뤄진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어 “킹 특사는 케네스 배가 가족과 재회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도적 차원에서 사면해 달라고 북한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 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킹 특사는 도쿄 근처 미군 기지에서 군용기로 평양에 들어갔다가 이튿날 돌아올 계획이다. 귀환길에는 배씨를 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방북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며, 북핵 문제 등 정치 사안과는 별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킹 특사의 방북은 과거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 전례가 있다. 그는 2011년 5월 북한의 식량 사정 평가를 목적으로 방북했다가 6개월째 억류중이던 에디 전(전용수)을 넘겨받아 데리고 나왔다. 그 뒤 북·미는 같은 해 7월과 10월, 이듬해 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고위급 대화를 했고, 그 결과 대북 식량 지원과 북핵 동결 등을 맞바꾸는 ‘2·29 합의’를 이뤄냈다. 당시에도 미국은 킹 특사의 방북은 인도적 목적이라며 “인도주의와 정치는 별개”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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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특사의 이번 방북은 특히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27일 북한을 찾은 뒤 곧바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킹 특사와 우다웨이 대표가 북한에서 접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미·중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과 맞물려 북핵 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외교부의 당국자는 “아직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없어 당장 대화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케네스 배가 석방되면 북-미 간 대화의 장애 하나는 제거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킹 특사의 방북이 “북한의 초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이피>(AP) 통신은 미 당국자의 말을 따 “미국이 몇 주 전 북한에 먼저 킹 특사의 방문을 제안했으며 최근에야 북한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최근 2주 사이 (북-미 간) 집중적인 (물밑) 대화가 있었다”며 “만일 배씨가 석방된다면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패턴에 따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은 애초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기대했으나, 미국 정부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킹 특사의 방북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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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선임기자, 전정윤 기자 suh@hani.co.kr


[%%IMAGE2%%]나선서 체포 5월 교화소 수감 케네스 배는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44·사진·배준호)씨는 중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공화국 전복 책동’ 혐의로 북한의 자유경제무역지대인 라선시에서 체포됐다. 그가 북한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꽃제비(떠돌이 고아)’를 촬영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지난 4월30일 북한의 재판소에서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유죄로 인정돼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고 5월14일 특별교화소에서 수형생활을 해왔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북한 교화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경우는 배씨가 처음이다. 배씨는 지난 7월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고 밝혔으며, 8월5일부터 당뇨병·허리 통증 등 질병으로 외국인 전용병원인 평양친선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7월과 8월9일 두 차례 걸쳐 현지 인터뷰를 싣고 그의 수감 생활과 건강 상태를 보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