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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북한

“독일식 흡수통일 아닌 한민족 특유 ‘변증법적 통일론’ 제안한다”

등록 :2020-11-09 15:20수정 :2021-01-04 13:51

통일 여론조사 첫 설문부터 바꿔야
‘통일 필요한가’ ‘통일 이유는’ 대신
‘바람직한 통일의 길’부터 전제해야

‘무력통일론’ 전쟁 불러 비현실적
‘독일통일’ 오랜 동방정책의 산물
‘통일포기론’ 강제된 분단에 굴복

‘변증법적 통일론’ 3단계 과정 필요
남북한 이질성 이해~인정~조화
“더 높은 차원의 동질성 ‘합’ 도달”

남-자본주의·사유재산·개인주의
북-사회주의·집체주의·가족국가
“자체모순 해결하고 동질성 찾아야”
길을 찾아서-43회 나의 통일론(상)
길을 찾아서-43회 나의 통일론(상)

박한식 교수는 정치학자로서 반세기 연구해온 ‘평화학’의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방안으로 ‘변증법적 통일론’을 제안한다. 남북한이 서로 다른 이질성과 자체모순을 극복하고 한민족으로서 동질성을 찾아내 맞춰감으로써 마침내 ‘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을 철저한 집단주의로 통제하는 독특한 가족국가로 규정한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 때부터 퍼진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는 집단주의를 상징하는 구호다. 사진 연합뉴스
박한식 교수는 정치학자로서 반세기 연구해온 ‘평화학’의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방안으로 ‘변증법적 통일론’을 제안한다. 남북한이 서로 다른 이질성과 자체모순을 극복하고 한민족으로서 동질성을 찾아내 맞춰감으로써 마침내 ‘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을 철저한 집단주의로 통제하는 독특한 가족국가로 규정한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 때부터 퍼진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는 집단주의를 상징하는 구호다. 사진 연합뉴스

종종 언론 기관이나 학교 연구기관 등에서 실시한 통일 관련 여론조사를 접하곤 한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늘 설문지의 첫번째 질문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또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통일의 길’이 무엇이고 통일 한반도의 이상적인 정치사회 체제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전제 없이 이런 질문들을 묻고 대답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기존의 다양한 통일론은 모두가 심각한 내재적 결함을 안고 있다. 남한에서 북한을 극단적으로 증오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서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력통일론은 압도적 파괴력을 지닌 전쟁 수단을 통해서 통일이라는 목적 그 자체까지 파괴해 버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방안이다. 따라서 무력통일론은 북한에 대한 극단적 증오심을 끊임없이 충족시켜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자기 파괴적, 자기 부정적, 자기 최면적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통일을 얘기할 때는 늘 독일 통일을 떠올리는 듯하다. 이는 한국의 통일관이 암암리에 독일 통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흡수통일’은 한민족의 통일 모델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자각할 필요가 있다. 통일 전의 동·서독 관계와 작금의 남북한 관계는 역사적·경제적·문화적·정치적 측면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은 1990년 10월 동독의 각 주가 서독에 가입하는 흡수통일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은 그해 11월9일 동독 대변인의 서독 여행 자유화 발표 직후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장면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제공
독일 통일은 1990년 10월 동독의 각 주가 서독에 가입하는 흡수통일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은 그해 11월9일 동독 대변인의 서독 여행 자유화 발표 직후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장면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제공

예컨대 통일 전 동서독 관계는 장기간의 동방정책(Ostpolitik) 덕분에 이질성보다 동질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태에 있었지만 작금의 남북 관계는 동질성보다 이질성이 현격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의 흡수통일을 한민족 통일의 모델로 강제하게 되면 한반도는 ‘해방정국’ 때처럼 격렬한 혼란의 도가니로 빠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한민족의 통일방안은 외부의 통일 사례를 손쉽게 답습해서 마련해서는 아니되며, 반드시 남북 간의 특수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런 이해를 세심하게 반영해서 마련해야만 한다. 한민족 ‘특유의’ 통일방안만이 한반도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와 적지 않은 규모의 기성세대들 사이에서 통일을 하지 않고 남남처럼 사는 것이 좋다는 이른바 ‘통일포기론’의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즉 경제·체육·문화 등과 같은 분야에서만 교류하고, 정치적 통일은 포기하자는 것이다. 통일포기론은 분단 75년의 역사가 낳은 인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민족은 수천년간 통일국가에서 살아왔으며, 한반도 분단은 외세에 의해 강제된 것인데 그처럼 타율적인 분단을 우리 스스로 존속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민족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기존의 다양한 통일론이 지닌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변증법적 통일론’을 제안한다. ‘변증법적 통일론’은 가장 우선적으로 남북 간의 현격한 ‘이질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더 나아가서는 동질성이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민족 특유의 통일방안’(Korean Style of Reunification Blueprint)이다. 남과 북이 서로의 이질성을 이해하고, 현실적으로 인정하며, 이를 평화적으로 조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더 높은 차원의 동질성, 즉 새로운 합에 도달할 때 비로소 통일의 지평이 자연스럽게 열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1980년 이후로 남과 북 모두를 50여 차례 방문하면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남북의 이질성을 관찰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75년간의 분단에서 비롯된 이질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내가 느낀 남북의 이질성은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체제의 이질성이다. 우선 사회주의는 사유재산이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에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은 소비경제 대신 생활경제를, 사유재산 대신 공유재산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이고,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분배의 정의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는 체제이다.

북한에서 노동은 상품도 아니고 부의 축적 수단도 아니다. 노동을 보장받는 것은 인민의 신성한 권리이며 국가는 안정되고 착취가 없는 일자리를 인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개인 노동의 대가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받는 월급이나 봉급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북한에서는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이 돈을 생활비라고 부르는데 ‘필요’에 따른 분배로 지급된다. 생활비는 필요에 따른 분배를 하다 보니 집집마다 별 차이가 없다.

한번은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 박사교수와 북한 경제에 관한 이론적 토론을 하던 중, 넌지시 생활비에 대해 물어보았다. 북한에서 박사교수는 박사학위를 지닌 교수를 일컫는 용어가 아니고 한국으로 치자면 학문적 업적으로 존경받고 명망있는 석좌교수 수준의 원로교수를 부르는 직함이다. 그 석좌교수는 자신과 신입 전임강사의 생활비 차이가 2배 이상 나지 않을 정도로 평등하게 지급된다고 전해 주었다. 사실 반신반의하는 생각에 내가 자주 묵었던 고려호텔 내 기념품 상점에 들러, 여직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봤다. 진열대에 물건을 정리하는 여성 점원과 상점 관리를 총괄하는 매니저 사이의 임금 차이도 거의 없다는 말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북한은 평등이라는 목적 아래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고 있고 분배가 평등하게 되어 있다.

박한식 교수는 자본주의 제체인 한국의 대표적인 모순으로 부동산 투기 등 사유재산과 물질 추구로 인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꼽는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박한식 교수는 자본주의 제체인 한국의 대표적인 모순으로 부동산 투기 등 사유재산과 물질 추구로 인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꼽는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북한이 형이상학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는 이상주의 사회인 반면에 남한은 사유재산 원칙에 근거한 물질주의 자본주의 사회이다. 남한은 사유재산 때문에 부정부패도 많고 모든 것이 사유재산에 따라 움직인다. 재산 축적이 최고의 가치이자 미덕이고 부의 척도로 인간과 사회를 재단한다. 분배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고 자유라는 미명으로 빈부의 격차가 형성되고 정당화되었다. 노동의 가치는 퇴락되었고 빈부 간의 간극은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고 있고 계층 간 이동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한탕주의와 부동산 투기 그리고 주식 광풍 등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들썩하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부동산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나에게 북한 관리들과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하는 남한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는 북한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한국에서는 돈이 권력이고 지위이지만 북에서는 오히려 개인 재산의 축적은 경계의 대상이다. 부의 축적은 곧바로 당국의 조사로 이어지고 조사에 따라 감당하기 힘든 고초를 겪는 일도 다반사다. 2013년 처형된 장성택도 개인 재산 축적 등 상당한 부패 혐의가 주된 죄목이었다.

박한식 교수는 국내총생산 같은 경제지표의 우위를 들어 ‘남북한 체제 경쟁이 끝났다’는 주장은 북쪽의 반발을 불러 남북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6·25 70돌 기념사 장면. 사진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박한식 교수는 국내총생산 같은 경제지표의 우위를 들어 ‘남북한 체제 경쟁이 끝났다’는 주장은 북쪽의 반발을 불러 남북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6·25 70돌 기념사 장면. 사진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또한 남북한 경제력 비교로 북한을 판단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각을 북한에 강제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 70돌 기념사에서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고 선언하였다. 남북 상생과 공동 번영 그리고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다짐과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북한식 사회주의는 이미 체제 경쟁에서 낙오되고 패배한 정치체제라는 말로 들릴 수 있으며 이에 북은 말할 수 없는 반발 의식을 지니게 될지 모른다. 이런 식의 주장은 남북 대화와 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빈부 격차와 불평등 분배가 남한이 안고 있는 내재적인 모순이라면 북한이 처한 가장 큰 모순은 인민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평등한 사회지만 모두가 가난하다. 인류의 경험적 검증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나 역사의 발전은 자기모순(self-contradiction)의 극복에서 시작한다. 내가 제시하는 변증법적 통일론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남과 북이 자기모순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발견한 모순을 인정하며, 그런 인정을 통해서 자기모순을 성실하게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자연스럽게 ‘합’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내가 느낀 두번째 남과 북의 이질성은 개인주의와 집체주의이다. 한국 사회가 개인주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반면에 북은 철저한 집체주의 사회이다. 집단주의 원칙은 북한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이다. 북한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체주의 원칙에 따라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거대한 가족국가이다. 개인의 이익이나 욕구를 초월해서 당과 사회 그리고 국가와 민족의 이익이 우선되며, 개인이 집체의 이익에 공헌할 때 비로소 생물학적인 인간을 넘어서 진정한 사회 정치적 생명체가 된다는 인식이 철저히 지배하는 사회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배지(초상휘장)는 1970년 처음 등장한 이래 인민의 신분을 나타내는 집체주의 사회의 표지가 됐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북한 최고지도자 배지(초상휘장)는 1970년 처음 등장한 이래 인민의 신분을 나타내는 집체주의 사회의 표지가 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북한 사회는 ‘필요’에 따른 분배가 원칙이지만 또 다른 방식은 ‘사회적 공헌도’에 따른 분배이다. 직장이나 노동당 또는 국가에 공헌한 사람들에게는 상을 준다. 작게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부터 크게는 냉장고·텔레비전 등 가전제품과 주택도 국가에서 선물로 준다. 언젠가 지인의 살림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갔더니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새겨진 큰 냉장고가 부엌 한편에 놓여 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당에서 하사받은 냉장고라는 설명과 함께 가족의 자부심이라고 우쭐해했다.

북한의 모든 사람들은 김일성 배지(초상휘장)를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니는데 배지의 종류에 따라 인민들의 신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번은 길거리에서 김일성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고 궁금해서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직장이나 사회에서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배지를 근신 차원에서 일정 기간 압수한다는 설명이었다. 배지가 없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창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4년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이 단복의 왼쪽 가슴에 일제히 인공기와 더불어 김일성·김정일 ‘쌍상’을 달고 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2014년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이 단복의 왼쪽 가슴에 일제히 인공기와 더불어 김일성·김정일 ‘쌍상’을 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남과 북 사이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또 하나의 이질성은 인권이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2003년 이후 18년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끔찍한 인권 탄압과 유린 상황은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북한 인권 결의안에 동의하는 문제가 남북 갈등과 남남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듣기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도 북 나름대로 인권에 관한 정의와 개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과는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앞서 ‘길을 찾아서’ 3회에서 상세하게 서술했듯이, 나는 천부권, 양도 불가능성, 공동 책임성에 기초를 둔 인권은 크게 6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었다고 본다. 생존권(life right), 귀속권(belonging right), 평등권(equality right), 선택권(choice-making right), 사랑권(love right), 그리고 해방권(liberation right)이 그것들이다. 정치적 자유인 선택권은 자본주의 체제인 한국에서 인권의 요체이고, 평등권은 북한 사회주의 제도의 핵심이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은 국가의 주권을 개인의 인권보다 우선시하고 가치있게 여긴다. 국가의 주권이 보장되어야만 개인의 인권 또한 보장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한국의 인권 개념에서 강조하는 ‘선택권’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반면에 내가 분류한 인권의 6가지 차원에서 ‘생존권’ ‘귀속권’ ‘평등권’을 대단히 중시하고, 이 3가지 권리는 모두 한국의 인권 개념에서는 취약한 양상을 보인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와 집체주의의 조화가 가능하겠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이들이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고 조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떻게 어느 정도로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조화를 시켜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통일 국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통일 헌법을 초안하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우리의 과제이다. 아울러 남북한이 여전히 공유하고 있는 동질성을 발견해서 꾸준히 진작시키는 노력도 이질성의 조화만큼이나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다.

나는 지난 수십년간 정치학자로서 남북 간 이질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연구해왔다. 다음 연재에서는 내가 연구한 구체적 실천 방안과 함께 남북의 동질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통일은 민족의 소명이자 과제이다. 하지만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논란과 논쟁에 앞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통일 모델의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도 통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통하여 제대로 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술집필 권준택 뉴욕 유티카대학 교수/진행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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