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청와대 직통 전화(핫라인)를 포함해 남북 사이 모든 연락선을 끊겠다고 밝혔다. 대남 업무도 남한을 적으로 대하는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날 예고한 대로 군 통신선 등을 이용한 남한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예고에 이어 남북 연락 채널 단절을 선언하는 등 잇따라 대남 강경책을 내놓음에 따라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으로 훈풍이 일었던 남북관계는 2년여 만에 다시 엄중한 국면에 놓이게 됐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6월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보도는 북한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도 2면 머리기사로 실려, 강도 높게 실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또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며 ‘추가 조처’도 예고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새벽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정부의 태도를 맹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 5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선언, 6일 평양시민 집회 등에 이어 잇따라 강경 대응책을 내놓으며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강경책은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8일 대남사업 부서 총화 회의에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적 대적사업 계획을 심의”한 뒤 내린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또다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지켜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이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통화와 서해·동해지구 군 통신선, 함정 간 국제상선 통신망 등을 이용한 통화 등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8일 오전 남한의 공동연락사무소 업무개시 전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업무종료 전화를 받았으나, 이날 다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군 통신선은 2018년 8월 모두 복원된 뒤 다시 불통 상태로 되돌아가게 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배준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적반하장 식으로 구는 불량 국가 북한을 비판하기는커녕 감싸기까지 하는, 굴종적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는 주권국가의 정상적 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정부를 공격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남북관계에서 정부가 늘 저자세로, 굴종적인 자세를 해오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