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10일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고위급 만찬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2월10일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고위급 만찬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공동취재단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치 2면에 보도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쪽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9·19 군사합의 파기 또는 개성공단 완전 철거 또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광고

김여정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5월31일 ‘탈북자’라는 것들이 전연 일대에 기여나와 수십만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망나니짓을 벌려놓은 데 대한 보도를 봤다. 문제는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으로, 지난 3월 두차례 개인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 합의 위반임을 환기시켰다.

광고
광고

그러고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 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철저히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에게 객적은 ‘호응’ 나발을 불어대기 전에 제 집안 오물들부터 청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며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개성)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식 테이프를 끊으려 할 때 옆에 서 있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식 테이프를 끊으려 할 때 옆에 서 있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광고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는 내용과 함께 <노동신문>을 통한 공개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쪽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발언을 제외한 고위 인사들의 대남 담화·발언은 거의 예외없이 <노동신문>이 아닌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공개해왔다. <조선중앙통신>이 외부에만 공개된다면, <노동신문>은 북쪽 일반 인민의 필독 매체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기관지로 북쪽 최고 권위 매체다. 따라서 이번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의 <노동신문> 보도는 내부 공개를 통한 경각심 환기와 함께 담화의 ‘공식적 무게감’을 더 높이는 측면이 있다.

앞서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5월31일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에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 적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자제를 거듭 촉구하는 한편으로 경찰 등을 통한 단속을 해왔으나 대북 전단 뿌리기를 원천 금지하는 법률은 아직 없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대북확성기와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군사적 긴장 고조,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 중단돼야 한다”는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 청와대는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가 지켜져야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