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한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2일 도쿄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을 방문한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2일 도쿄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제외 등 추가적인 대한국 경제 보복을 시사하면서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검토’라는 방어용 카드 활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 협정이 한-일 관계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가 한창이던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군사 분야에서 맺은 첫 협정으로, 사실상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이다. 협정 연장 여부가 미국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검토 시사로 미국이 한-일 갈등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관심이 쏠린다. 23~24일 방한하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지소미아 문제는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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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정의용 실장은 “(협정을)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처를 암시하는 담화문을 낸 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협정 파기 검토 여부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우리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순간 한국을 더 이상 안보 우방국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소미아 체결의 취지와 정신이 부정당하는데 한국이 재연장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일 지소미아는 한-미-일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터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검토 카드’에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소미아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차원에서 체결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북핵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3각 안보 구도를 공고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소미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만큼 이 협정의 연장 체결에 미국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1945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강화돼온 한-미-일 안보 협력의 방향성이 바뀌는 문제라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 “미국이 기존의 무관심한 태도보다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바꿔 개입할 수도 있을 것”(전직 군 관계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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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일 갈등이 극에 달해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더라도 정보자산 확보 차원에서 입는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직 군 관계자는 “한-일이 실질적으로 주고받는 정보의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다. 한미연합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한테 직접 얻는 정보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로 한국이 큰 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검토 언급은) 미국한테 한-일 갈등 중재를 요구하는 신호 정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